▲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아동 대상 성범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소아기호증 범죄자가 여지 없이 등장한다. 소아기호증의 원어인 페도필리아는 '아동(pedo)을 사랑한다(philia)'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소아기호증은 성도착증의 일종인데 미국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 따를 때 성도착증은 부적절한 대상이나 목표에 대해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고 성적 상상이나 행위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장애다. 특이하게도 성도착자들은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성도착적 증상들을 함께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소아기호증자(페도필)들이 갖고 있는 인지적 왜곡은 다양하다.
“성기접촉은 섹스와 다르므로 아무 해가 없다”,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애들은 이를 체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성인이 되면 경험할 것을 미리 하는 게 어떤가” 등등.
나아가 외국 자료에 의하면 소아기호증자의 재범률이 일반 성범죄자의 재범률보다 3배가 넘는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아동과의 사랑이라고 여기므로 죄책감이나 후회가 없다. 처벌 자체를 불안해 하기 보다 얼굴이 공개되어 익명성을 잃어 버리고 이상적인 환상적 연인인 아동을 찾으러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부 연구자들은 소아기호증의 원천을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 같은 중요한 어른들과의 성경험에서 찾고 있지만 단일한 이론으로는 병인(病因)을 설명할 수 없다. 미국은 대학생 여자 19%와 남자 8.6%가 어린 시절 성행위의 대상이 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소아기호증자를 고착적(구조적) 유형, 퇴행적(기회적) 유형, 가학적(지배적)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 대상 성범죄의 대부분이 사춘기 이전의 아동을 성적으로 선호해서라기보다 우연한 상황과 기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아동 대상 성범죄자를 모두 소아기호증 환자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아기호증은 대상성(代償性)과 진성(선천적 성애이상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은 내향적 성격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서툰 대상성 소아기호증자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쉽고 취업이나 연애, 결혼 등의 인생 이벤트에서 비틀거리는 체험을 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관한 콤플렉스가 강하고 조롱과 사회적 비수용(非受容)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나이에 맞는 동료관계형성에 실패하면서 소아기호증에 관한 두 가지 믿음을 강화시킨다. 하나는 나이에 맞는 관계는 이루기 어렵다는 것. 또 하나는 어린이와의 성적 관계는 즐겁고 성취가능하고 바람직하다는 것.
따라서 불안을 덜 일으키고 접근이 쉬운 어린애와 접촉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다른 소아기호증자와 함께 제휴하려는 경향이 없다.
이를 뒤집어 본다면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결혼이나 따뜻한 교류 등 호의적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환경이 가능해지면 대상성 소아기호증자는 갱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그렇게 포용적이지 않다.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종종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들린다. 여기에는 미국같이 엄벌주의를 지향하자는 의식이 깔려있다.
아마도 아동포르노 소지처벌, 전자발찌 감시, 친고죄 폐지, 재범시 의무적 종신형, 성범죄자 등록 및 자경단원들의 감시와 동네퇴출 등 제도나 현상들의 유지 내지 강화가 예상된다. 피해자들의 절규,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극도의 불안감 등의 연장선에서 보면 엄중처벌을 주장하는 심리가 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형사정책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엄벌정책은 단지 하나의 꼭지일 따름이므로 전반적으로 올바른 사회정책과 갱생방안을 수반하지 않고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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