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태 교수 |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는 방재(防災)는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을 뜻한다. 또 방재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재해경감이라는 말에는, 재해를 모두 피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방지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갈수록 대형화, 세계화되고 예측이 어려운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난 발생 이후의 사후대응보다 발생이전의 위험과 위기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의 재난대응시스템 역시 아직은 상황전파와 사후피해 복구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제적인 예방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위험정보를 수집하여 사전에 재난의 발생을 미리 감시하고 예측하는 스마트한 재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방재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 공공안전분야의 가장 큰 수요자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IT기술을 안전산업과 융합하고, 이를 R&D 정책과 연계하여 성공적인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스마트한 방재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정책에는 정부의 여러 부처나 지자체의 여러 부서가 연관돼 있어, 관련 정책 또는 시스템 상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미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이 구축돼 있으나 보다 다양한 정보를 융합할 수 있는 통합정보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민참여형 안전관리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정부가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 하지 않자 네티즌이 중심이 돼 구제역 매몰 지도를 만든 사례가 있었다. IT를 활용한 국민참여형 안전관리시스템의 사례이기도 하지만 정보 공유와 활용에 있어 발생하는 정부와 주민들 간의 갈등은 극복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가 일본의 어느 지자체에서 방재를 위해 만든 지역의 지진과 홍수 위험지도를 보고, '이 지도를 공개하는데 지역주민의 반대가 없느냐'고 묻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관료의 모습이 생각난다.
방재는 법률적이나 공학적인 접근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 엔지니어링, 디자인, 법ㆍ제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설계되고 실현돼야 한다.
더불어 방재는 산업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블루오션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도시로서 새롭게 도약할 대전은 지역의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도시안전디자인의 산업화를 통해 지역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