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균 산림청 차장 |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을 기록해 조사대상 183개 나라 중 43위, OECD회원국 34개 중에서는 27위로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축은행 비리, 부당한 금품수수, 고위공직자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의 공직 비리사건을 접할 때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공직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듯이 일각의 비리가 유독 돋보이는 것일 뿐, 모든 공직자가 부패와 비리에 물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연루된 부정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직자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만큼 상처를 입는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청렴한 관직생활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곤 한다.
조선시대에는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황희(黃喜) 정승 말고도 수많은 관리들이 사리사욕을 멀리하면서 공정하고 청빈한 생활을 했다는 기록이 여러 문헌에 나온다.
그 중 조선 중기의 문인 조언수(趙彦秀, 1497~1574) 형제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 조언수는 승정원 도승지, 강원도 관찰사, 형조ㆍ공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조그마한 집 한 칸에서 살다가 세상을 뜬 뒤에는 상을 치를 돈이 없을 정도로 청빈했다고 한다. 그의 동생 조사수(趙士秀, 1502~1558)도 형에 못지 않았다. 경상도 관찰사, 대사헌 등을 지냈음에도 청빈하게 생활하여 백성들로부터 청백리의 사표(師表)로 존경 받았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칭송받으며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들이 근검하고 청빈한 생활을 하며 한결같은 기준으로 새겼던 덕목이 있다.
이들은 재임 중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와 꼭 거절해야 할 세 가지, 즉 '사불삼거(四三拒)'라는 훌륭한 불문율을 지켰다. 사불이란 재임 중에 “부업을 갖지 말라”, “땅을 사지 말라”, “집을 늘리지 말라”,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삼불은 “윗사람의 부당한 청을 거절하라”, “부득이하게 청을 들어줬다면 답례를 거절하라”, “경조사 때 부조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공직자로 이뤄진 관료조직은 그동안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공직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공직자라면 누구나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입문할 때 국가에 대한 봉사를 맹세하고 청렴하게 일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다. 비록 시대는 바뀌었다고 해도 공직자들이 조언수ㆍ사수 형제의 길을 걷고 사불삼거의 덕목을 따른다면 우리 공직사회도 맑아지리라 믿는다.
산림청에서도 이미 지난해부터 고위 공직자의 청렴서약을 의무화하도록 했고 직원들에게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청렴서약을 받았다.
또 민원인과 접촉이 잦은 업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클린콜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업무상 접하는 이해 관계자로부터 금품ㆍ향응수수 금지, 부당한 청탁하지도 받지도 않기, 청렴교육 의무이수 등을 실행하면서 청렴문화를 정착하고 그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산림청이 친절하고 청렴한 기관으로서 국민의 가슴에 푸른 산처럼 자리 잡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