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충청권을 연말 대선의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이를 경시한다면 모순이다. 새누리당 황 대표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논의하겠다고 했고, 대전시와 정부 간 부지매입비 분담을 거론한 것으로도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대전시는 국가사업의 직접 비용, 자치단체의 예산 사정 등을 들어 '부지매입비 부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과학벨트 피로증에 걸려 있는 충청권에 대한 지원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야당과 협조해 싹둑 잘린 중이온가속기 예산과 허공에 뜬 부지매입비 예산을 살리는 것이다. 그동안 예결위원회를 통해서도 부지매입비 국가 부담 요구는 전달될 만큼 됐다고 본다.
물론 충청권에는 지금 다른 현안도 많다. 충남만 해도 27일 제기된 내포신도시 건설, 태안 유류사고 대책,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처럼 시급히 풀 현안이 한둘 아니다. 과학벨트 역시 대전과 세종, 천안, 청원 등 충청권 전 광역단체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대선 공약 사항이었던 과학벨트에 상대적으로 가장 신경 써야 할 쪽은 집권정당이다.
여야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지만 잘못될 경우 현 정권의 공약인 만큼 집권여당의 책임의 무게가 더 무겁다. 난항이 예상되는 예산 회복에 뒷짐을 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부지매입비 0원에 핵심사업 예산이 3분의 1로 형편없이 쪼그라든 상황이 실제로 굳어지면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은 시작부터 '빨간불'이 켜진다고 봐야 한다.
이제 잃어버린 예산이 반영되는 과정을 지역민과 함께 지켜볼 일이 남아 있다. 국책사업 부지매입비를 지자체가 분담하지 않는다고 '놀부셈법' 으로 매도하거나 과학을 정치 논리에 오염시키는 일 또한 사라져야 한다. 진정으로 충청권 민심을 읽고자 한다면 삭감되고 배제된 예산부터 복원하는 게 순리다. 내포신도시 현장 최고위원회에서의 약속이 이중적이고 의례적인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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