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빈 강경역장 |
우리 모두 강경하면 우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젓갈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예로부터 장류 등 발효음식문화가 발달되어 왔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김치다. 내년 봄 싱싱한 채소들이 선보일 때까지 겨우내 먹을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김장을 담그게 되는데 김장 조리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젓갈이다.
올해도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이곳 강경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역축제중 하나인 강경젓갈축제가 김장철을 앞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12월 초순까지 젓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렇듯 강경이 젓갈로 유명세를 타다보니 강경하면 젓갈이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강경읍내 도로들의 이면과 외곽들을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강경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추석을 전후해 11월 초순까지 이곳 논산평야에서 김제평야로 이어지는 황금들녘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곡식들은 수십년 동안 강경포구를 통해 서해를 거쳐 일본인들의 식탁에 오른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강경은 20세기초까지만 해도 군산만을 통해 강경포구까지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었고 이러한 해상교통 발달은 사법, 행정을 비롯한 근대 상업문화의 발달로 이어져 한때는 강경시장이 평양, 대구와 함께 우리나라 3대시장, 원산과 더불어 2대포구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강경읍내에는 많은 근대문화재가 자리를 잡고 있다.
1905년에 건축된 한호농공은행을 비롯한 6개의 등록문화재 및 김대건 신부가 최초로 세운 나바위성당, 우리나라 최초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강경성결교회, 우리나라 최초의 침례교회. 그리고 인재양성소인 죽림서원, 임리정, 팔괘정. 그 외에도 많은 도지정문화재와 향토문화재들이 그것이다. 이들 유형문화재와 더불어 20세기초 강경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밝혀내고 이를 길이 보존하기 위해 사료적 가치를 지닌 자료들을 찾아내는 작업들이 최근에 시작됐다.
뜻있는 주민들 몇몇이 나서 강경역사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난 4일에는 강경역사문화관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논산시에서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근대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시작단계에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강경이 보유하고 있는 근대문화 자료들은 20세기초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만들어진 유형문화재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다시 촉발된 한ㆍ일간 외교갈등은 36년간 수탈을 당한 우리국민 정서상 매우 예민해 질 수밖에 없는 사항임에도 일본 각료들의 분별없는 과거 역사인식은 이웃나라 일본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되어 왔고 36년간 침탈에 대한 자기반성 결여는 오래 전부터 양국간 화합을 저해하는 근간이 되어 왔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이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적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 암울하기만 했던 일제강점기의 치욕스런 사건들을 두고두고 후대에 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러한 자료들을 근거로 해 차분하면서 논리적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다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한ㆍ일간 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강경역에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러한 소중한 자료들을 홍보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또한 강경역에서 1㎞ 남짓해 있는 금강을 이용하면 부여에 있는 찬란한 백제고대문화를 접할 수 있고 주변에는 풍부한 농촌체험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어 이들과 연계한 관광상품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경은 작가 박범신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때 번성을 구가하면서도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강경은 머지않은 장래에 문화와 문학이 함께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언젠가는 젓갈상회 뒤켠에 숨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는 역사의 함성이 열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울려 퍼지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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