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문화부장 |
이곳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바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의미의 이 말은 현대에 와서 소통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경구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소통의 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그래서 스스로를 전능하다고 여기는데서 비롯되는 듯하다. 소통의 달인들은 말한다. 소통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의 능력'이 아니라 '소통할 의지'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나 조직원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말도 소통의 진정성과 일맥 상통하는 사자성어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경청이란 기술과 지식의 문제가 아니고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생겨난 말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 한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나 경청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더 걸린다고 하니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케 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소통이라 할 정도로 '불통'의 사례가 곳곳에 많이 배어 있는 게 사실이다. 대권 주자들에 있어서 지지율 상승의 잣대가 소통이라 할 정도로 그 비중은 매우 커져가고 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매체를 망라해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느라 눈이 빨개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전 교육계는 소통 부재로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전 1과학고 입지 선정과 용문학교 설립에 관한 교육당국의 불통 행정이 꽤나 매력적인 '교육 명품 사업'을 적잖게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김신호 대전교육감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근본적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고 시인했다.
김 교육감은 “소통과 공감의 시대인데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전 교육을 살리고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후속대책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 1과학고의 문제는 27일 오후 주민 의견 수렴을 하는 자리를 급히 만들었으나 이미 분위기는 찬반 양론이 갈리는 양상이다.
교육청이 마음을 열어 놓지 않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지 못해 당초 2014년 3월 개교 예정이던 과학영재학교와 대전1과학고 개교 시기를 2015년 3월로 연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용문학교는 슬그머니 보도 자료 1쪽으로 대안학교를 철회해 전교조 등 재야 교육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 두가지 현안 모두 교육당국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기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12 전국 교육감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대전시교육청이 16개 시ㆍ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등외'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에 따르면 매니페스토본부가 지난 24일, 전국 16개 시ㆍ도교육감의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를 내놨지만, 김신호 교육감은 평가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대전시교육감이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사업을 추진했거나, 시교육청 자체적으로 평가해 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평가표의 신뢰도가 낮아 도저히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얘기로 읽힌다.
시교육청이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 교육이 여러 곳에서 수난을 당하는 분위기다.
이런 '난국'에 “내가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내가 말을 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는 아라비아 속담이 말하는 속 뜻을 되새겨 보기를 대전 교육 당국에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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