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강좌를 말하다] 유홍준 교수

[명품 강좌를 말하다] 유홍준 교수

“진정한 명품, 시공 초월한 감동ㆍ아름다움 있어야” 인문학의 향기-명작의 조건과 장인정신(유홍준 명지대 교수)

  • 승인 2012-09-27 13:26
  • 신문게재 2012-09-28 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대전연합교양대학 3주차 강연은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교수와 김상기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가 들려줬다. 유 교수는 백제의 대표적인 유물인 백제 금동대향로를 중심으로 진정한 명작(名作)과 장인정신을 재해석했다. 김 교수는 대전 출신의 대표적인 근대인물인 단재 신채호를 조명했다. 언론가,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명작의 홍수시대

▲유홍준 교수
▲유홍준 교수
이른바, 명작(名作) 홍수시대다. 자신의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고 명작이라 운운하는 경우가 많다.

가치는 따지지 않고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명품(名品)으로 부르는 것도 부지기수다.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무엇이 명작이란 말인가. 이 같은 물음에 우리나라 문화계 거장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전 문화재청장)는 시원한 해답을 내놨다.

#명작이란 무엇인가

25일 대전가톨릭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전 연합교양대학 '명작의 조건과 장인정신'에서, 유 교수는 명작에 3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는 “최고의 정성, 최고의 기술, 최고의 재력으로 탄생한 것이 명작이다”고 못박았다.

의아해하는 청중들을 향해 그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유 교수는 “국가의 총력이 투입됐으며 시공을 초월해 아름다움과 감동을 줘야 하고 쓰임새도 뛰어나야 한다”고 쉽게 풀어 설명했다.

#백제 금동대향로, 이것이 바로 명작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김부식 삼국사기 백제본기

유 교수는 이 한마디로 함축되는 백제문화를 명작의 예로 설명하는 데, 이날 강의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백제 금동대향<사진>로 윗부분을 뜯어보면 산 위에 사자, 용, 사냥하는 사람, 악기를 타는 오인의 악사 등 100가지 모양이 있다. 이 얼마나 섬세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가 느낄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곳에 향을 피우면 크고 작은 구멍을 통해 산봉우리 사이에서 향이 올라오는 형상을 볼 수 있는 데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익산 왕궁면 왕궁리 오층석탑,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일괄(3점) 등에서도 백제 문화의 명작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 교수는 “백제의 미학이 통일신라를 거쳐(후대로 계속 전해지면서) 한국의 미학으로 발전했다”며 주장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장인정신

그렇다면, 장인정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 교수는 20세기 최고 건축가 미스 반데어 로에(Mis van der Rohe)의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는 말로 요약했다.

유 교수는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는 것이고 이것은 장인정신이 끝까지 구현된 결과”라며 “이로써 장인정신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니(金泥)로 깨알 같은 글씨를 써서 탑을 쌓아올린 법화경서사보탑도나 불국사 연하교에 새겨진 연꽃모양 등에서 장인 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유 교수는 전했다.

그는 강의 말미, 장인정신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1등이 된 것이 있다”며 “2, 3등은 1등을 보고 따라가면 되지만 1등은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스스로 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곤두박질 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전화 업계 세계 1위였던 노키아가 오늘날 삼성과 애플에 밀려났지 않는가,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며 장인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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