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예산이 부당하게 지급돼 개인 쌈짓돈이 되는 그릇된 인식과 관행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성실하게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혜택을 가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의 표현대로 '보조금은 눈 먼 돈'이라는 관행이 뿌리째 뽑힐 때까지 수사하는 한편, '획기적'이라 할 만큼 보조금 지원 시스템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민선 5기 들어 처음 발생한 부당 수령 사례라지만, 보조금 지급 정책을 손질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부정과 불법은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다. 중복 지원과 편중 지원, 또는 신청자격 미달인데도 농업보조금 사업자로 승인되거나 당초 계획대로 보조금을 사용하지 않고 유용하는 수법도 종종 보는 편법 사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사업비 집행 뒤의 부실한 관리와 부정수급을 묵인하고 방조한 공무원이 있었다. '시대적 과제'라며 추진하는 역점사업이 마음먹기에 따라 부정 수령해 제멋대로 쓰일 수 있는 비리와 의혹으로 흠집이 나서는 안 된다. 친환경농업 등 농업 경쟁력 및 생산성 증대를 위한 사업이라면 더더욱 불법행위가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 보조금 사업 총괄이 어렵다고 할 게 아니다.
경찰은 또다른 보조금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한다.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는 것과는 별도로 지자체도 전담 직원을 배치해 수시로 사전 점검하고 위법사례를 발견하면 사업 직권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보조금 수급 대상 선정에서부터 집행관리, 정산 등 전 과정을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유사사업 중복, 봐주기 식 특정인 편중 지원도 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3농혁신 정책은 농업예산 불신부터 해소하면서 추진하기 바란다. 농업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이번에 노출된 부작용만으로도 페널티 강화를 포함한 보조금 지급 시스템의 전면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농업보조금이 줄줄 새면서 효율성 극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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