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핵심 중의 핵심인 중이온 가속기 조성부터 어찌될지, 마치 불이행된 계약서를 보는 듯하다. 사업 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한 푼이 배정 안 됐다니 사업 표류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동안 신동·둔곡지구의 부지매입비를 지자체에 일부 떠넘기려는 태도에 속을 끓여온 대전시의 입장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부지매입비나 조성비를 국책사업 시행자인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절차라 할 것이다. 부지매입비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과학벨트 예산 삭감 국면에서 세종시 수정안 전락 위기를 다시 보는 듯하다. 기본계획상 7900억원이 2633억원으로 줄어든 예산을 환원하지 않으면 유사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렇게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고 정상 추진 의지마저 없다면 다음 정권에 예산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 등에서 사라진 부지매입와 쪼그라든 예산을 분명하게 되돌려야 할 것이다. 거점지구 경쟁력 확보를 기초로 세종, 천안, 오송 등 기능지구의 미래 성장동력을 얻겠다는 사업이 시작부터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구나 삭감된 예산은 시급성을 요하는 예산이다. 거점지구에 버금가는 기능지구 활성화 전략을 모색하는 지역의 바람 또한 당분간 뒤로 미뤄지게 됐다. 이대로 굳어지면 사업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 출범이 순탄할 수 없다. 요구한 부지매입비 700억원이 0원이 된 사태를 방치하고도 2017년까지 5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려는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25일 이와 관련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국회 의석의 절반인 새누리당, 충청권 의석 절반을 차지한 민주통합당, 지역정당임을 내세우는 선진통일당이 책임의식을 갖고 국회에서라도 살려내기 바란다. 지역 사업이 아닌 과학강국을 위한 핵심 국책사업 예산이 3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예산의 환원 또는 증액에 모든 정치력,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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