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그렇지만 취업률 실적은 학력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이는 바로 많은 대졸인력이 탐색기간을 거치면서 저학력 일자리로 하향취업해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학력간 미스매치 상황은 청년층의 급속한 고학력화 때문에 결국 산업·직종·연령간 인력수급 미스매치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도 자세히 살펴보면 학력간 미스매치의 약간 다른 얼굴임을 잘 알게 된다. 특히 재료, 화학, 생산단순직, 식품가공 관련 직종 등 주로 제조업직종의 인력부족률이 매우 높은데 이는 고학력 청년층이 중소기업과 제조업 생산현장 또는 3D업종 일자리를 기피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기피한다는 사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이 더욱 어려운 것은 그 인력부족률도 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탓이다.
한편, 최근 많은 언론들은 앞으로 국가경제정책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국민여론을 다투어 조사·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굳이 일본과 독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대기술로 무장한 우수한 고숙련인력의 충분한 공급과 확보가 최우선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구조적 일자리 미스매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학력간 미스매치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원인이 고학력인력의 과잉공급이라면 무슨 대책이든 단기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대학 입학자원의 급감추세와 산업고도화에 뒤따를 전문기술인력 수요증감 추세를 능동적으로 반영하여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과감하게 축소 개편하거나 구조조정해나가야 한다. 교과과정 역시 산업현장의 요구수준을 반영하여 개편함으로써 학생들이 산업현장과 직업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대학과 특성화고등학교 등에 대해서는 산업현장의 기술수준과 수요에 맞게 수준 높은 직업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범국가적 투자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맞춤형교육을 근간으로 상당한 중간성과를 얻고 있다는 마이스터고 수준의 투자가 대부분의 특성화고등학교와 많은 전문대학 해당분야 학과들에도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점차 완화되고 숙련기술과 임금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 대선후보 진영들이 청년층 표를 의식하여 다투어 내놓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이러한 처방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심화일로에 있는 고학력자 양산과 미스매치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아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만약 등록금이 현재의 반값으로 된다면 이제 4년제대학 진학률이 더욱 높아지고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중에 전국민이 엉성한 대졸자가 되는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필자는 '반값등록금' 대신 입학정원의 축소조정과 교과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성적우수학생이나 극빈학생들 대상의 장학금 혜택을 늘리면서, 남는 재원을 특성화고등학교 등 직업교육기관들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와 고품질 맞춤형 직업교육의 확대 쪽으로 돌릴 것을 강력히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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