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
가을이란 계절은 참 신기합니다. 일단은 평온감을 주지 않나요? 하긴 누군가는 설렘에 괜한 두근거림이 많다고 하지만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계절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괜히들 가을을 두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겠습니까?
괜스레 시 한수 읊으면 모두가 시인이 되는 계절, 문득 떠오르는 글귀를 긁적이다 보면 모두가 수필가가 되는 계절, 그럼에도 가을이 평온감을 주지 못한다면 나의 억척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은 기쁨을 주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태풍에 실려온 온갖 상처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바람결과 더불어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순간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주잖아요. 푹신하게 느껴지는 한 점 뭉개구름과 더 높은 푸른 하늘, 익어가는 곡식들, 풍성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가을이 품고 있는 참 맛을 찾습니다.
L형. 지난 1~2일 양일간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열망을 담아 휘영청 둥근달을 벗삼아 밤이 새도록 가을을 밟으며 그윽한 소망을 빌었습니다. 이름하여 '월(月)·화(花)·수(水)·목(木) 달빛걷기'.
올해 처음 시작한 행사였지만 대전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6000여명이 참가한 달빛걷기 행사는 전국민에게 '가을향기'를 듬뿍 실어줬습니다. 그리고 대전을 명실상부한 '가을의 도시'로 우뚝솟게 했습니다.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을 아우르는 걷기코스는 참가자들에게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했습니다. 대전에 살고 있으면서 대전을 잘 모르고 있던 시민들은 한결같이 대전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는지 몰랐다는 뜻밖의 감동과 함께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비록 휘영청 달밝은 밤은 아니었지만 구름사이로 삐죽히 내민 둥근 달은 '달빛도시 대전'을 대신했습니다.
길게 꼬리를 문 행사참여 행렬은 장사진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에서부터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달빛걷기 행사는 분명 대전의 아름다움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L형, 나만 몰랐을까요. 대전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는지를….
물론 아니겠죠! L형도 알다시피 내가 대전에 온 지 20년이 훨씬 넘는데도 대전을 그만큼 모르고 있었던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겠어요.
L형. 요즘들어 'It's 대전'이란 슬로건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은 'It's 대전'이란 슬로건에 대해 별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 'It's 대전'일까하는 궁금증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허투루했다는 거겠죠. 그런데 이제서야 'It's 대전'을 느끼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It's'가 주는 '뉘앙스'가 미묘한 차이에 의한 의미보다 그 어떤 것을 특정짓는 사실이란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익사이팅(Exciting) 대전'이 그렇고, 사회적 자본 확충과 복지만두레 역시 'It's 대전'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말입니다. 바로 사람사는 재미가 절로 나는 도시, 그게 'It's 대전'아닐까요.
L형. 가을이 점점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여행을 훌쩍 떠나가고 싶어합니다. 여행을 떠나고픈 사람들에게 제안합니다. 올 가을 대전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지? 대전에서 사람사는 재미에 푹 빠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바로 'It's 대전'이잖아요. 그리고 'It's 대전'과 함께 가을을 수놓고 싶다면 절대 혼자 오지 마세요. 연인끼리 혹은 가족단위로 대전을 찾아 한아름 가을추억을 담아 가시길….
달빛도시 대전은 올 가을 대전을 찾는 이에게 가을만큼 풍성한 감성을 선물해 줄겁니다.
L형. 이제 며칠후면 추석입니다.
풍성한 한가위에 걸맞게 온 가족이 둘러앉아 팍팍한 세상살이에 시시콜콜한 정치얘기는 집어치우고 구석구석 대전자랑으로 얘기꽃을 피우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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