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도시를 꿈꾸다]1.왜 안전한 도시인가?

[대전 안전도시를 꿈꾸다]1.왜 안전한 도시인가?

작년 소방방재청 진단 결과 대전 5개 자치구 중 1곳만 '안전' 시민단체ㆍ학계 등 전문가 모여 '대전도시안전디자인포럼' 구성

  • 승인 2012-09-25 14:02
  • 신문게재 2012-09-26 9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 갈수록 흉포화되는 범죄, 기상이변과 함께 예측 가능성과 인간의 방어능력을 뛰어넘어 버리는 재난ㆍ재해 등이 빈번해지면서 도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도시 안전은 반드시 수반돼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상존하는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범정부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각종 범죄와 재난ㆍ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구현하는 것은 대전을 비롯해 국내 모든 도시가 꿈꾸는 하나의 '이상향'일 수 있다.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범죄와 재난ㆍ재해 등 증대되고 있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도시의 안전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안을 6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모색한다. <편집자 주>

최근 도심 한 복판에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납치ㆍ성폭행 사건 등은 시민들에게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항시적으로 공공을 위협하는 요소다. 또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 사고는 인류를 언제 예기치 못한 대재앙이 덮쳐 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몰아 넣었다. 뿐만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대형 화재 등 우리 주변에도 일상적으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고, 그 위험도는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시 안전에 관한 시민적 욕구가 증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한 아무리 도시 기반 시설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데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대전은 안전한가?=그렇다면 과연 대전은 안전한 도시일까. 이런 포괄적 물음에 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나타나는 지표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내륙에 위치한 대전은 지리적 여건과 그간의 경험치를 통해 비교적 재난ㆍ재해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도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춰본다면 소방방재청이 올해 발표한 지역안전도 진단 결과는 다소 예상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자연재해위험에 대한 각 지역의 안전도를 진단한 결과, 대전 5개 자치구는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중간 정도인 '다' 그룹에 위치했다.

이는 지역의 재난발생 가능성 및 재난에 대한 지형적ㆍ사회적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위험환경과 재해방어능력을 나타내는 방재성능, 재난에 대한 행정대처능력을 나타내는 위험관리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진단 결과는 단계별로 '가'에서 '마'까지 모두 5개 그룹으로 나눠 평가되며, '가'에 가까울수록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진단 결과에서는 대체로 대도시 일수록 안전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대구 6곳, 서울 4곳, 부산 2곳, 인천ㆍ울산ㆍ경기 각 1곳의 지자체가 가 그룹에 포함된 것에 반해 대전에서는 단 1곳만이 '나' 그룹에 포함됐고, 나머지는 모두 중간 그룹인 '다' 그룹에 속했다.

그만큼 대전이 자연재해의 위험으로부터 마냥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는 얘기다.

범죄나 화재와 같은 인공적인 재해는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대전도 물론 자유로울 수 없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7년 1만4502건이던 살인ㆍ강도ㆍ강간ㆍ절도ㆍ폭력 등 5대범죄 발생 건수는 2009년 1만8871건에서 지난해 2만498건으로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다. 또 대전시소방본부가 집계한 화재 발생 현황을 보면 대전에서는 2007년 이후 연간 화재 발생 건수가 1500건을 오르내리고 있고, 대전시 통계는 대전의 일 평균 화재발생 건수를 5건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루 평균 5건의 크고 작은 화재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도시 안전의 현 주소, 안전한 도시를 꿈꾸는 대전=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 대전만의 현실이 아니다. 그 만큼 도시 안전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그에 대한 예방과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은 모든 도시의 과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도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도 크게 증대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실제 몇 년전부터 증대되는 각종 위험에 대비, '안전ㆍ안심ㆍ안정'을 기치로 내 건 '한국형 안전도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전통적 재난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안전 관리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행정안전부의 주도 아래 2009년 전국에서 9개 지자체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그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당시 대전ㆍ충남지역에서도 대덕구와 천안시가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들 각 시ㆍ군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도시 사업을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각 지역마다 종합적인 안전 시책을 펴기보다 지역별로 어린이 안전ㆍ교통사고 제로화 등 단편적인 시책 추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목표대로 생활안전과 범죄, 재난 등 모든 위험 요소로 부터 안전한 도시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전한 도시를 꿈꾸며 대전에서도 지난해 새로운 안전관리 패러다임에 기반한 안전도시 정책 도입을 목표로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여 도시안전디자인포럼을 결성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도시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와 연구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도시안전디자인포럼'은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방재, 방범, 유니버셜디자인, 교육ㆍ마케팅 등 4개 분과를 구성해 대전을 재난에 안전한 도시, 범죄 없는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전도시안전디자인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은 “현대의 도시는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해 빈발하는 자연재해와 인간이 만든 사회적 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며 “대전도 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현해 갈 수 있는 도시안전 정책을 개발하고 종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본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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