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사형제도 폐지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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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사형제도 폐지론 (3)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9-24 14:31
  • 신문게재 2012-09-25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원래 형벌은 다른 사람의 신체, 생명을 침해했을 때에 그 결과에 따른 고통을 그대로 그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인과응보 사상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정말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 사형에 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행위의 결과만 가지고 처벌하는 것이 정당할까?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1977년 11월 11일 익산역에서 화물차 폭발사고가 발생해 익산시 전체가 폐허처럼 변한 적이 있었다. 사망한 사람만 59명에 달했고 부상자가 1400여명, 재산피해도 그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수치인 23억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사고는 폭발물 운반차량의 승무원이 화물차 내에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켰는데 그것이 그만 폭발물 상자에 옮겨 붙어 난 사고였다. 적용 법조는 잘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 승무원은 무기징역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으로 인해 엄청난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무거운 형을 받은 것이다. 사형이라는 무거운 형벌 역시 살인이라는 무거운 결과 때문에 주어지는 극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도 경험했듯이 때로 인간은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충동이나 어리석은 판단으로 잘못을 저지른 때가 있고 그러한 결과만을 가지고 형벌이 과해진다는 것은 정당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우에 정말 중요한 점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인간, 사형수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과연 인간은 도덕적으로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존재일까?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로 밝혀진 많은 사실들은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유전적인 이유뿐 아니라 그가 자라온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신문 방송에서 앞 다투어 무서운 살인자의 과거를 들추어내는 것을 보면 한결같이 그들에게 주어진 불우한 환경이 그처럼 무서운 살인자로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경우 좀 더 냉정한 입장에서 이러한 끔찍한 살인의 결과에 대하여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1차적 책임은 그 자신이겠지만 그를 그토록 불행한 환경으로 내 몬 부모 역시 그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 부모의 탓만 일까? 그들 역시 사회로부터 소외돼 비참한 환경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낳았고 그 아이들 역시 그런 환경에서 살면서 결국 무서운 범죄자가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책임소재가 단순히 범죄자 개인이나 그 부모에게만 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바로 나쁜 환경에서 그를 구해, 좋은 환경으로 이끌어 내지 못한 우리 사회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실 사형제도는 이러한 책임소재를 무시한 채 죄를 지은 사람은 죄 값을 받아야 한다는 비이성적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형제도가 결코 정의롭거나 정당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사회 자신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환경으로 인해 살인을 한 사람을 사회 스스로 사형으로 단죄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까? 사형제도의 논쟁은 사회 자신의 문제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한다는 것은 무거운 형벌이 아닌 우리 사회가 스스로 범죄의 온상이 되는 나쁜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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