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대전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앞.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미리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한숨부터 내쉬었다. 주부 상당수는 추석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살지, 말지를 망설이는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인한 물가상승,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사상 유례없는 태풍 3연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추석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폭염과 폭우, 태풍이 이어지면서 가을 수확기를 맞아 농작물과 수산물을 망라해 직격탄을 맞아 가격이 폭등했다.
주부 김모(42)씨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뜩이나 오른 제수용품이 계속해서 오를 것 같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장을 보러 나왔지만 생각보다 너무 비싼 것 같다”며 “정부가 물가대책을 마련하기는 하는거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각종 기관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 가격조사를 실시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정작 주부들의 체감지수는 반대로 느껴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대부분 품목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모 기관에서 추석 제수용품 26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와 사과, 단감 등 7개 품목을 제외하고 19개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파는 지난해보다 150% 폭등해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햅쌀과 녹두, 대추, 쇠고기, 송편, 동태포, 고사리, 도라지, 식용유, 약과 등 많이 사용되는 제수용품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실정이다.
그나마 일부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늦은 추석인 관계로 다소 하락해 위안이 되고 있다.
이처럼 고공행진을 하는 추석 물가 탓이 주부들의 장보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추석 직전에는 제수용품의 수요 급증에 따라 추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품목별로 싼 곳을 찾아다니며 장을 보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일부 주부들은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하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을 번갈아 가격 확인을 한 뒤 사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경기부진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등이 발표하는 각종 경기지수에 대해 곧대로 믿는 상인이나 주부들은 없을 것”이라며 “장사하는 상인들도 어렵고, 주부들 역시 치솟은 물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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