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새터민 "그리운 내 가족"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추석 앞둔 새터민 "그리운 내 가족"

두고 온 가족 걱정에 매일 밤 잠 설치기 일쑤 “부모 묘소에 술 한잔 못올려” 붉어진 눈시울

  • 승인 2012-09-23 15:44
  • 신문게재 2012-09-24 5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추석 앞 새터민 이야기

▲ 둔산경찰서가 추석을 앞두고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위문잔치에 참석한 새터민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둔산경찰서가 추석을 앞두고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위문잔치에 참석한 새터민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1일 저녁, 유성구 노은동의 한 식당에서 새터민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둔산경찰서가 추석을 앞두고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위문잔치였다.

이날 행사에서 새터민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즐거 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 한켠에서는 가득한 수심이 묻어났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2005년 남한으로 넘어온 한명자(여ㆍ66)씨는 남아 있는 가족들 생각에 감정이 복받치는 듯 했다.

남한에서 생활한 지 7년차.

이날 참석한 새터민들 중에서도 그녀는 꽤 오랜 시간을 남한에서 보냈지만, 아직 함경북도 청진에 남은 두 딸의 걱정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

그녀는 '빨리 돈을 마련해 어떻게든 그들을 데려오겠다'며 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한미화(여ㆍ67)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2008년 겨울 살을 여미는 강추위를 뚫고 딸과 사위를 데리고 두만강을 넘어 탈북했다.

한씨는 7남매 중 맏딸로서, 다른 동생들을 돌보지 못하고 북에 있는 부모의 묘소에 술한잔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북에서 고생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자유로운 남한에 데려와 명절에 같이 만두도 빚고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5개월전 탈북 후 입국한 박기선(68)씨도 명절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명절에 부모님 묘에도 갈 수 없고, 이북에 남은 가족ㆍ친지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명절 때만 되면 성묘와 벌초를 하러 고향을 찾는 주위 사람들을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새터민들의 처지다.

김미령(71)씨는 “명절때 고향집에 가족과 모여 만두와 송편 빚는 것은 남북 모두가 똑같다”며 “북에 두고 온 가족들, 북에 있는 선친의 묘소에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병환 둔산경찰서장은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새터민들에게 동포로서 따뜻한 정을 느끼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새터민들이 국내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