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산경찰서가 추석을 앞두고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위문잔치에 참석한 새터민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둔산경찰서가 추석을 앞두고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위문잔치였다.
이날 행사에서 새터민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즐거 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 한켠에서는 가득한 수심이 묻어났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2005년 남한으로 넘어온 한명자(여ㆍ66)씨는 남아 있는 가족들 생각에 감정이 복받치는 듯 했다.
남한에서 생활한 지 7년차.
이날 참석한 새터민들 중에서도 그녀는 꽤 오랜 시간을 남한에서 보냈지만, 아직 함경북도 청진에 남은 두 딸의 걱정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
그녀는 '빨리 돈을 마련해 어떻게든 그들을 데려오겠다'며 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한미화(여ㆍ67)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2008년 겨울 살을 여미는 강추위를 뚫고 딸과 사위를 데리고 두만강을 넘어 탈북했다.
한씨는 7남매 중 맏딸로서, 다른 동생들을 돌보지 못하고 북에 있는 부모의 묘소에 술한잔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북에서 고생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자유로운 남한에 데려와 명절에 같이 만두도 빚고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5개월전 탈북 후 입국한 박기선(68)씨도 명절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명절에 부모님 묘에도 갈 수 없고, 이북에 남은 가족ㆍ친지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명절 때만 되면 성묘와 벌초를 하러 고향을 찾는 주위 사람들을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새터민들의 처지다.
김미령(71)씨는 “명절때 고향집에 가족과 모여 만두와 송편 빚는 것은 남북 모두가 똑같다”며 “북에 두고 온 가족들, 북에 있는 선친의 묘소에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병환 둔산경찰서장은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새터민들에게 동포로서 따뜻한 정을 느끼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새터민들이 국내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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