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환 대전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 |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매번 올림픽마다 인기종목과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245명의 선수들이 출전했고, 그들 개개인은 지난 4년 동안 피땀 흘려 노력했을 것이다.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의 화제가 된 한마디가 있다.
“4년 전에는 '죽기 살기'로 해서 졌다. 이번에는 '죽기'로 해서 이겼다. 그 차이다.” 죽기를 작정하고 한계에 부딪히면서 메달을 딴 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나 그 어떤 선수인들 이런 각오 없이 올림픽에 임했을까.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은 말했다. 또한 올림픽의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라는 정신이 의미하는 것은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개최국인 영국에서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을 내세워 메달 포상금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고, 그 뒤에는 운동은 개인의 영광이나 성취욕,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지 한국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고가 밑바탕에 있다고 한다.
이기는 것보다 세계인의 축제에 함께 어울리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며, 삶에서도 어떠한 결과보다 그 과정이 중요한 것처럼 스포츠 또한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부각하여 편파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고, 올림픽이 끝난 뒤 대기업에서는 네티즌 금메달이라고 하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4년간의 땀과 열정으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전해 준 선수들을 대상으로 네티즌 응원 댓글을 가장 많이 받은 '베스트 5'로 선정된 선수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볼 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정하지 못한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고, 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와 종목, 그리고 아이돌처럼 외모가 뛰어난 개개인의 선수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허민호 선수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어 찾아봤다.
'무관심 속에서 경기를 했다. 비인기 종목의 현실을 절감했다. 영국 관중들은 1등을 한 앨리스태어 브라운리(영국)가 도착한지 8분이 지나도 관중들은 마지막 선수가 들어오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가 결승전을 통과할 때는 크게 환호하며 힘을 북돋아 줬다. 경기장에는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15년간 운동하면서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뛴 것도, 그렇게 박수를 많이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순위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진심어린 격려를 해주는 유럽의 스포츠 문화가 부러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개인예선경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편파 사심 방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물론 방송이나 CF로 얼굴을 널리 알린 그녀가 어떠한 경기를 펼치는지 궁금했던 국민들이 많았고, 그에 따라 관심도가 높았던 것을 사실이었겠으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방송에서 조차 이런 식이니 우리의 스포츠 정신은 과연 어디쯤 있나 의심이 든다.
세계적으로 경제력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있어서도 세계적 강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에 걸맞게 스포츠에 대한 균형 잡힌 사고를 가져야만 한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되 공정하고, 규정을 지키며, 편파적이지 않은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도 비인기 종목이라서, 아직 세계와의 벽이 높아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사회는 박수를 보내고 후원을 해야 한다. 더불어 국가끼리의 메달 경쟁에서 좀 더 넓게 시야를 두어 남과 경쟁하기 위한 체육이 아닌 자신의 성취감과 건강을 위해 운동할 수 있는 생활체육이 보편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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