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
돌이켜 보면 당시의 벤처열풍은 그간 대기업 중심, 굴뚝산업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 패러다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벤처'라는 용감무쌍하고 도전적인 이름을 통해 우리 경제는 인터넷과 IT산업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도약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 꺼져가던 테헤란로의 불빛이 언제 다시 켜질지는 아무도 기약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 후, 이제 다시 그 '벤처'의 명성이 우리 경제의 전면에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징후는 수치상으로도 알 수 있다. 우선 벤처기업의 수 자체가 늘어났다.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도 1만개 정도였던 벤처기업의 수가 최근에는 2만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숫자와 투자금액만큼이나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 그것은 지금의 벤처붐이 과거의 모습에서 완전한 질적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최근의 벤처 붐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앱 이코노미'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아니라, 미래기술의 블루칩으로 불리는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만큼 벤처가 가진 토양이 넓고 단단해졌다는 이야기다.
또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보다 세밀해졌다. 벤처기업들의 실패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고 재도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패자부활전 성격인 재창업 자금 융자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중진공이 자금 신청·접수와 함께 기업평가를 통해 융자대상을 결정한 후 직접대출을 하며, 세금이 체납된 경우에도 융자가 가능한 것이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르게 유달리 기업 실패자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냉엄한 비판의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일이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사회에서 낙오되는 분위기의 반전은 창업의 열기를 되살릴 수 있으며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재창업 조성이 '패자부활'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달라진 환경과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기업인들은 과거보다 더 강하고 패기 넘치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업가 정신, 창업과 성공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객관적 상황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가지고 있는 성장 잠재력은 초창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을 때도 많았다. 단순히 기업의 인프라가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시장을 보는 정교한 시각 등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변화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는 혁신에 대한 저항, 과거로의 회귀, 혹은 변화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승자가 되지 못한다. 성공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되는 실패를 허락하고, 그것이 인생의 오점이 되지 않는 분위기를 마련해 준다면 그들은 자신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두려움 없는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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