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부터 장애인까지 주민 27명 대전시민합창제 우승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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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부터 장애인까지 주민 27명 대전시민합창제 우승 '결실'

“화합의 하모니 열정으로 일궈내”

  • 승인 2012-09-20 18:19
  • 신문게재 2012-09-21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현장에서 만난 사람 - 성한나 판암2동 파나미 합창단 지휘자

▲ 성한나 지휘자
▲ 성한나 지휘자
“판암2동이요? 시민합창제 우승한 동네라고 불러주세요.”

기초생활수급자, 임대주택의 꼬리표가 붙던 대전 동구 판암2동이 대전시민합창제 우승을 계기로 화합의 동네로 떠오르고 있다.

78세 할머니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까지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판암2동 주민 27명이 모여 입을 맞추고 노력한 끝에 지난 8일 대전 42개 합창단 중에서 '파나미합창단'이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주민들은 지휘자인 성한나(36ㆍ사진) 전문연주자와 함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파나미합창단의 소프라노를 훌륭히 소화한 장옥희(여ㆍ67) 씨는 처음 경험해 본 합창에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장 씨는 27명이 부르는 합창곡 중 분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부분에서 솔로파트를 맡아 방청객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또 장애가 있는 단원도 메조소프라노를 맡아 고운 목소리를 더했고, 계단도 어렵게 오르는 김재순(여ㆍ76)씨는 알토의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파나미합창단'은 지난 5월 처음 모였을 때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소리로는 음의 높낮이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합창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맞추려다 보니 지휘자는 한소절 한소절 노래를 불러주고 음의 높낮이를 느낄 수 있도록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성한나 지휘자는 “합창단이 처음 만들어져 기초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합창곡은 쉽고 가사전달이 쉬운 것으로 골라 시작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습 중에 분위기가 느슨해질까 성 지휘자는 약속시간에 늦은 60~70대 합창단원에게 벌도 주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연습에 집중시켰다.

성 지휘자는 “합창을 하고 싶어 찾아온 주민들인 만큼 다들 각오는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강하게 이끌었는데 모두 잘 따라줘 고마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마스트리트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마친 성 지휘자는 재능기부 대상으로 판암2동을 선택했다.

성 지휘자는 “지휘자가 정해지지 않은 20개 시민합창단 중 가장 어려운 동네로 아는 판암2동을 택했다”고 말했다.

성 지휘자는 “처음부터 우승하자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시민합창단원들과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기며 결국엔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며 “합창 경연대회는 끝났지만, 작은 마을축제에서 공연도 하며 주민들이 계속 합창을 할 수 있도록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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