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오정동 이주민주택의 정화조가 깨진 채 6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
대전시가 대전천 천변 판잣집을 강제로 철거하는 정비사업을 벌일 때 김 씨 가족은 철거요원들에게 떠밀려 오정동 이주민주택(구호주택)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하우스처럼 기다란 슬레이트 가건물 4채에 40여세대가 33㎡(10평) 남짓의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다.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과 마주하고 있어 새벽 확성기의 소음과 폐기물의 악취가 항상 따라다니고 담장 너머는 분뇨위생처리장까지 있어 이곳의 생활여건은 상당히 좋지 않다.
구호주택 40여세대 이주민들은 '강제철거 후 집단 이주'라는 경험 속에 악취와 소음, 열악한 주거환경을 30여년간 버텨왔다.
이러한 곳에 이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화장실 정화조가 깨져 무너져 내린 건 지난 3월 일이다.
김 씨는 “판잣집 철거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구호주택으로 가건물과 화장실의 소유는 대전시에 있어 정화조 파손을 이미 신고했다”고 말했다.
정화조가 깨져 오물이 밖으로 붉어졌으며 지난 여름철에는 수많은 모기가 정화조와 주택을 자기집처럼 드나들었다.
냄새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지만, 폭삭 내려앉은 정화조에 아이들이 빠지지 않을까 주민들은 걱정했다.
그나마 대덕구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해 펜스를 설치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그 이상의 조치는 없다.
한 주민은 “공원 화장실에 정화조가 깨졌어도 1주일 만에 수리할텐데 이곳에 깨진 정화조는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손도 데지 않는지 서운하다”고 말했다.
구호주택 주민들이 깨진 정화조를 머리맡에 두고 불편을 겪던 6개월 동안 대전시와 대덕구는 정화조를 교체할 담당 부서 찾는데 시간을 보냈다. 대덕구는 그동안 화장실의 청소와 간단한 수리를 직접 했지만, 정화조를 통째로 드러내 교체하는 공사는 시설의 소유권을 지난 시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시는 구가 오정동 구호주택의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상당기간 옥신각신했다. 끝내 시가 업무를 맡기로 하고 담당부서를 찾는 과정에서도 맑은물정책과와 복지정책과, 주택정책과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결국, 오정동 이주민주택의 깨진 정화조는 행정기관의 떠넘기기 행정에 상당기간 더 방치될 전망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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