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헌]대통령의 역사인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두헌]대통령의 역사인식

[시론]김두헌 변호사

  • 승인 2012-09-19 14:09
  • 신문게재 2012-09-20 21면
  • 김두헌 변호사김두헌 변호사
▲ 김두헌 변호사
▲ 김두헌 변호사
온고이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교훈삼아 새롭게 발전해 나가야 된다는 뜻이겠다. 사람들은 과거 일에 대해 부끄러운 기억은 애써 감추거나 잊으려고 하기 마련이고, 자랑스러운 과거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을 섞어 말하기 마련이다. 어찌 되었든 과거사가 부끄러운 일이건 자랑스러운 일이건 간에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그러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부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독도 문제를 포함한 주변국들과 영토문제를 일으키는 일본의 주장을 보면 그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잊으려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러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 왜곡행태를 보여오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거가 없다거나 사후에 조작가능성이 큰 자료를 근거로 독도가 원래 자기네 땅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보면 일본은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이었을 런지는 몰라도 자기수양면에서는 한참 모자란 나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 독일이 2차 대전에 대한 진중한 사과를 통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프랑스 또한 나치에 협력한 인사들을 단죄함으로써 영광을 누렸지만, 일본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은 채 경제력에 의존하여 지금껏 버텨오면서 주변국가들과 분란만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해방 이후 미군정의 필요와 정권유지를 위해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을 못한 이래로 그 이후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노력은 번번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과거 친일파로 유세를 부렸던 자손들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실정에서 근자에는 대학교수라는 자가 '위안부 동원에 대하여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식의 일본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해방 이후 정권유지를 위해 벌어졌던 민주주의의 말살 현상에 대하여도 교묘하고도 현란한 수식을 통해 찬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셨던 영령들께서 얼마나 한탄을 하고 계실지 마음이 씁쓸하다.

그런데 최근 여당 대통령 후보의 역사관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5·16 쿠데타가 구국의 혁명이었는가, 유신이 과연 절실할 정도로 필요하였는가, 인혁당 재건사건과 같이 당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는가, 또 그로 인해 희생된 유족들에 대하여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한가 등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자의 자격으로 발언한 내용이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므로 자세한 평가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 중인 일부 사실을 제외하고, 이미 학계에서나 법원의 재심을 통해 사실관계의 확정과 평가가 이루어진 부분까지 '역사적 판단에 맡길 문제'라는 식의 인식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까지 왜곡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잘못된 과거사에는 항상 이익을 본 자가 있는 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나라의 대통령은 과거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대통령이기도 하므로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과도 진정성 있는 대화와 사과가 필요한 것이다.

대통합의 국민적 열망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비록 민감한 문제라 하더라도 잘못된 과거에 대해서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친일이냐 항일이냐, 빨갱이냐 극우냐,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국론이 분열되었던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지역감정과 양극화 현상까지 더해져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는 이룰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논쟁이 결코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알고 있다. 또한 모든 세대와 계층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고 있다. 국민을 통합시키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는 것도 옳을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려 할 게 아니라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이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앞으로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