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훈민은 KDI 연구원으로 중앙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유명하며, 소장하고 있는 개인 장서가 2만권이 넘는다. 특히 경제학 분야 서적에 있어서 개인으로는 본인이 가장 많은 경제학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며, 머지않아 KDI 도서관보다 본인이 소장한 도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읽고 쓰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 현재 KDI, 한국경제신문, MBN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북유럽신화에서 에시르 신족을 이끄는 오딘은 전쟁, 죽음, 마법 등을 주관한다. 오딘은 때로는 워덴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영단어 수요일(Wednesday)는 '오딘의 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많은 화가들이 오딘의 모습을 그려왔는데, 확연히 드러나는 공통점은 바로 그가 애꾸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고귀한 신인 그가 왜 한쪽 눈을 잃은 것일까? 오딘이 한쪽 눈을 잃은 것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젊은 시절의 오딘은 더 많은 지혜를 얻고 싶은 욕구 때문에 지혜의 샘을 지키는 거인 미미르를 찾아갔다. 오딘은 미미르에게 샘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미르는 거절했다. 제아무리 신족의 우두머리라 해도 샘의 주인이 완강하게 거부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샘물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결국 지혜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한 오딘은 결국 한쪽 눈을 희생하기로 결심하고, 고통을 감내해 가면서 한쪽 눈을 뽑아 미미르에게 건내주고 그 눈과 맞바꿔 샘물을 마시게 된 오딘은 원하던 대로 현세의 모든 지혜를 얻었다. 최고의 신마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큰 희생을 치렀다는 것은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원은 희소하고,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유형의 자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계속 소비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 선택과 포기의 과정이 수없이 많이 반복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활동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되는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부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그 개념을 바탕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회과학과 달리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많은 개념들을 배우지 않고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퇴근에 종종 들리는 노점상 아주머니도 떡볶이 값을 결정하는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물론 경제학적인 용어를 사용해 세련된 말들로 그러한 메커니즘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경제학을 몸으로 체득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이 장난감을 교환하는 행동에서도 경제학의 개념들을 엿볼 수 있다.
경제학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경제학을 설명하려면 그에 앞서 경제학 공부가 왜 유용한지 납득시키고 어려워만 보이는 경제학에 흥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인문학을 사용해서 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을 제시할 경우 독자들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의 용어들을 사용해 정의내리기 이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경제학적인 개념들이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의도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은 북유럽신화 인물 오딘을 통한 기회비용, 역시나 신화 속 인물 오르페우스를 통한 매몰비용, 시네마천국 속 병사이야기를 통한 한계효용, 이직의 연속이었던 아인슈타인을 통한 마찰적 실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한 시간비일관성, 명화를 통해서 본 과시적 소비 등 흔히 우리가 알고 있던 신화, 역사, 문학, 철학 등 인문학 속에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찾아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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