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
나는 개그콘서트-용감한 녀석들의 멋진 오프닝 송을 사랑한다.
오늘의 이야기 보따리는 두통으로 내원하신 50대 여성분과의 일화부터 풀어 놓으려 한다. 두통이 있어 수년째 고생을 하고 있고, 이제는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호전이 되지 않는다는 환자분은 한방 진료를 위해 내원했고, 친분이 쌓이면서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 했다.
'선생님, 제가 벌써 10년째 속이 좋지 않은데, 검사를 하면 위암이 나올까봐 위 내시경을 못하고 있어요. 분명 위암일거예요.', '위암이었으면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었겠죠.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사시는 것을 보니 분명 정상일겁니다.'
한참을 실랑이 끝에 그분은 위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고,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결과를 듣고 행복에 겨워 울음을 터뜨린 그분의 모습은 어린 소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그분은 내가 생명의 은인이란다. 그 일을 생각할 때면 나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병원에 내원하는 다른 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머리가 아프면 뇌종양일 것 같고, 소화가 안 되면 위암일 것 같고, 손발이 저리면 중풍일 것 같고, 뒷목이 당기면 고혈압일 것 같고, 명치끝이 불편하면 화병일 것 같고, 기침이 바로 낫지 않으면 폐렴이나 폐암일 것 같고, 얼굴이 달아오르면 갱년기 증후군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며 자가진단을 하고 내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검사를 해보면 별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해우소(解憂所)라고 했던가? 그날도 여느 때처럼 병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중 벽에 붙어있는 글귀에 시선이 머물렀고, 진리를 깨달은 양 쾌재를 불렀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사소한 일에 대한 것이고,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진짜 일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어니 젤린스키 - 좋은생각 중에서)
우리 주변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일 골프 쳐야 하는데 비가 오면 어쩌지? 비를 맞아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감기가 심해져서 폐렴이 되면 일도 제대로 못 할텐데….'
'우리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지? 성적이 떨어지면 좋은 대학에 못 갈텐데… 대학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으면 제대로 된 직업도 못 가질텐데….'
가까이 지내는 한 분은 아홉수를 무서워한다. 40대 초반에 어떤 무속인이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했다한다. 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49세 때와 59세 때에 1년 내내 시름시름 앓다가 다음 해가 되어서야 바로 회복이 됐다고 한다. 69세가 되던 해, 그분은 이력이 나서 그런지 그나마 이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한해를 보냈으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때때로 고생을 했고, 70세가 되면서 곧바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근심 걱정은 심령(心靈)을 상하게 한다고 했던가? 그분의 생활상을 가까이 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분이 79세가 되면? 웃지 못할 상상을 해본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마음으로 조심하고 경계하여 미리 대비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겠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니.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
'걱정도 팔자다' 라는 우리 옛 선인들의 격언을 기억해 본다. 옛날에도 요즘과 같이 걱정을 많이 했었나보다. 단언하건데, 걱정은 우리의 시간과 노력과 정신을 갉아먹는 질병이다. 괜한 걱정으로 괴롭다면, 우리의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보자. 야외의 맑은 공기를 쐐보자. 가끔은 조용한 음악에 몸을 맡겨보자. 산책과 운동을 실천해보자. 이것은 걱정을 몰아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우리 몸은 활발한 운동에 대응해, 걱정으로 가득한 생각의 방향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변화한다고 한다.
자. 이제 큰 소리로 흥얼거려보자.
'Don't worry!(걱정하지마세요) Be happy!(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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