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과학고 입지선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창수]과학고 입지선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기고]김창수 전국회의원

  • 승인 2012-09-18 14:23
  • 신문게재 2012-09-19 20면
  • 김창수 전국회의원김창수 전국회의원
▲ 김창수 전국회의원
▲ 김창수 전국회의원
'하나를 심어서 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자(管子)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최근 들어 국가나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때, 특히 대선 등 선거국면에서 교육개혁이 경제나 복지담론 못지않게 곧잘 단골메뉴로 부상하는 것도 교육이 갖는 시대적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있어서는 국민이나 지역사회의 동의와 참여를 구하는, 일련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 대전1과학고와 용문학교의 설립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전교육청과 주민 간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보노라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전 동ㆍ서부 간 교육격차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구도심의 하나인 대덕구에 특목고인 과학고를 설립하기로 한 교육청의 결정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구도심지역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과학영재학교를 대전에 새로 유치하는 대신 구도심 가운데서도 교육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덕구에 1과학고를 이전하기로 한 것은 고심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현재의 유성 과학고를 전환하는 대전1과학고의 설립시한이 2014년3월인데다, 시설투자예산상의 제약 등을 이유로 대긴 하지만 신탄진중앙중학교의 폐교라는 카드를 성급히 꺼내 든 것은 잘못이었다. 교육청 측은 우선 신탄중앙중의 재학생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과학고의 설립에 필요한 최소부지 1만6528㎡(5000평)를 넘는 너른 가용부지 확보를 선정 이유로 들었다. 또 과학벨트 및 대덕특구와의 접근성도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김신호 교육감이 이 같은 내용을 확정 발표하자, 지역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그간의 보도에서 아는 일이다. 신탄중앙중 학부모와 동문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단 한차례의 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43년 역사의 중학교를 일방적으로 폐교하기로 한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학교가 폐교될 경우 다른 학교에 분산 배치돼야 하는 등 학생들의 통학권과 학습권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라는 교육3주체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재다. 따라서 학교운영 전반의 합리화와 민주화 그리고 자율성 보장은 시대적 추세이며 교육행정은 그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 과학고 이전 문제는 기존 중학교의 존폐를 교육행정 당국이 일방적으로, 그것도 아무런 사전 협의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비민주적으로 확정고시(?) 했다는 점에서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아직도 소통 부재요,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교육행정의 병폐가 온존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대덕구 주민들은 이번 과학고 유치를 환영하고 있고 이러한 계획이 성사되기까지 이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교육청 당국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원만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당초의 취지는 퇴색되고 후유증만 불거질 공산이 짙다.

이런 측면에서 신탄진중앙중학교의 폐교라는 극약처방 대신, 현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용정초 분교 폐교부지를 대안의 하나로 재검토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지금의 부지(4800평)가 기준에 약간 못 미치고 행정절차상의 문제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교육청 측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 못 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주택과 상가가 밀집해있는 지금의 신탄진중앙중보다는 금강변에 있는 배산임수형의 용정초 분교부지가 기숙사도 딸리는 과학고 입지로는 제격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쪼록 시교육청은 물리적인 개교 시한이나 행정편의에 얽매이지 말고 주민과의 갈등을 풀어가면서 모두가 동의하는 미래의 명품과학고 입지선정을 위해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주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