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시의원 |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는 환자보다 자본이 지배하는 민간병원 운영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내 나라 아니, 내 건강문제가 심히 걱정되고 있다. 정구영 이화여대 교수가 연구한 '응급의료체계 성과지표에 관한 연구'(2008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응급실 외상 사망환자 중 '예방 가능한 사망률' 즉, 응급실에서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사망한 외상환자 비율이 32.6%인데 미국은 15%다. 내가 한 때 걱정해 주던 미국도 공공병원 비율이 20%가 넘는데 우리는 그 절반에 불과한 10% 밖에 안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 동구에서 6년간 살았는데, 사는 동안 참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갔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병원들'이었다. 지역간 차이가 이런 의료 차별로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더욱 안타까웠는데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동구는 의료인력과 의료자원에 있어 다른 구에 비해 취약해 동구지역 주민들은 의료취약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장애인들은 임신, 출산 과정에서 비장애 여성과는 다른 의료장비가 필요한데 민간병원에 그런 장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신, 출산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며 더구나 국가나 지방정부가 나서서 출산장려를 부르짖고 있는데도 장애여성들은 임신, 출산을 가장 개인적인 문제로 어렵게 해결해야 한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료의 지역간 격차에서 또는 장애여성들의 화난 입을 통해 나온 이 사실들은 지금 묻고 있다. 돈과 의료공공성을 같은 무게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시립병원(지방의료원)의 다른 이름은 '세금먹는 하마'다. 매년 30억이상의 적자를 내는 시립병원을 취약한 지방재정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는 것이다. 관점을 좀 바꿔보자. 우리나라 전체 남성노동자의 약 40%, 여성노동자의 약 60%가 일용직노동자다. 이들에게 있어 '건강'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가계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에 지출하는 '파국적 의료비 지출가구' 비율이 우리나라는 1.90으로 OECD 평균 0.68에 비해 거의 3배에 이른다. 건강불평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65세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비중이 1999년 17.0%에서 2009년 30.5%로 지난 10년간 13.5% 증가했다. 그래서 노후와 건강문제 또는 노후의 건강문제가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이 적자로 안고 있는 30억의 비용을 들여다 보면,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같은 저수익필수 진료과 운영(약 9억원), 격리ㆍ호스피스병동 같은 저수익 필수 의료시설 운영(15억원), 의료급여 진료비 차액(4억원), 지역보건 프로그램 운영(3억원) 등이다. 이 비용은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 구축뿐 아니라 지역내 건강불평등 문제 해소, 의료비용을 줄이는 예방기능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돈을 아직도 '적자'로 볼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최근 시립병원추진운동본부가 대전시민 6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7%가 우리지역에 시립병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시립병원이 없음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3.8%가 다른 지역에 비해 취약계층 건강권 실현이 어렵다고 답했다. 해답은 여기에 있다. 시민들의 요구는 분명하니 이제 행정의 의지, 재정지원에 대한 관점의 전환, 중앙정부의 공공병원 확대와 지방의료원 지원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마침, 염홍철시장이 시립병원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 했다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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