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
얼마전 국회의원들의 세비 20% 인상이 준 충격의 여파와 더불어,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보여준 추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삭감이 옳다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충분히 인정한다. 지역민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언론의 질타에 박수를 보내는 현실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보다 냉철한 판단으로는 혹여라도 감정에 치우친 오류는 없는지를 고민하는 이 즈음이다.
과연, 의정비를 동결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본시 의정비라 지칭되는 지방의원들이 급여(?)는 의정활동을 위한 각종의 수당으로서 의정활동비, 여비, 월정수당 등의 항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매년 지역민들의 소득수준, 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돌려 말하면 급여를 넘어서는 수당의 개념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정부통계로 보면 대부분의 참고지표가 상승했는데 의정비만 동결하는(실제로는 내리는)모양새가 어쩐지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혹여라도 그러한 입장일까?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지방의회 문제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제1순위로 꼽는다. 그 다음에 사무국의 인사독립권, 정당공천제, 보좌기능의 부족 등이라고 지적을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동안 우리가 지방의원 의정비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이 좀더 앞서지 않았나 싶고, 지금은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좀더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정비와 관련해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경기가 어렵다해서 부실하고, 수준 이하의 재료로 음식을 하면 당장에 많은 이문은 남기겠지만 손님들의 재 구매욕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우선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그 질이 좋아지고, 한번 방문한 사람들은 재방문을 하게 되고, 소문 또한 좋아 질 것이다. 결국은 음식재료가 승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지방의회 또한,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구조로 바꿔야 할 때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계속 당선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우리가 기대하는 지방자치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즉, 무조건 비판만하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냉정히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대학 교수직을 사직하고서라도 지방의회에 출마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정도의 보장이 마련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발전책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정한 용감한 사람의 결단이 아닌, 자연스러운 형태로서의 지방의회가 절실하다.
지난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을 했다. 세종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그리고 지방자치의 상징이고 실천의 출발점이다. 최근 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시)실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우리 지방의회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방의회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 그동안 논의 되었던 ①전문가가 영입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의정비 책정 ②의회사무처 독립 ③보좌관제 도입 ④연수ㆍ연찬비용의 현실화 ⑤정당공천제 유보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을 기대한다. 이곳에서 시범적으로 해보고 성과가 있으면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구조로 변화해 국가발전의 바탕이 돼야 한다. 지방의회 의정비 동결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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