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지방의회 의정비, 과연 동결만이 능사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호택]지방의회 의정비, 과연 동결만이 능사인가?

[시사 에세이]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 승인 2012-09-17 14:19
  • 신문게재 2012-09-18 20면
  •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지방의회의 내년도 의정비 동결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지역만 보더라도 충남도의회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동결을 선언했고, 대전 중구의회와 천안ㆍ아산ㆍ금산ㆍ청양ㆍ서천ㆍ계룡ㆍ태안ㆍ예산 등 8개 시ㆍ군의회, 충북 충주ㆍ제천ㆍ보은ㆍ옥천 시ㆍ군의회 등이 잇따라 동결을 결정했다. 이들 의회는 3~5년째 동결했다고 한다.

얼마전 국회의원들의 세비 20% 인상이 준 충격의 여파와 더불어,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보여준 추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삭감이 옳다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충분히 인정한다. 지역민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언론의 질타에 박수를 보내는 현실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보다 냉철한 판단으로는 혹여라도 감정에 치우친 오류는 없는지를 고민하는 이 즈음이다.

과연, 의정비를 동결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본시 의정비라 지칭되는 지방의원들이 급여(?)는 의정활동을 위한 각종의 수당으로서 의정활동비, 여비, 월정수당 등의 항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매년 지역민들의 소득수준, 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돌려 말하면 급여를 넘어서는 수당의 개념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정부통계로 보면 대부분의 참고지표가 상승했는데 의정비만 동결하는(실제로는 내리는)모양새가 어쩐지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혹여라도 그러한 입장일까?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지방의회 문제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제1순위로 꼽는다. 그 다음에 사무국의 인사독립권, 정당공천제, 보좌기능의 부족 등이라고 지적을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동안 우리가 지방의원 의정비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이 좀더 앞서지 않았나 싶고, 지금은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좀더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정비와 관련해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경기가 어렵다해서 부실하고, 수준 이하의 재료로 음식을 하면 당장에 많은 이문은 남기겠지만 손님들의 재 구매욕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우선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그 질이 좋아지고, 한번 방문한 사람들은 재방문을 하게 되고, 소문 또한 좋아 질 것이다. 결국은 음식재료가 승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지방의회 또한,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구조로 바꿔야 할 때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계속 당선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우리가 기대하는 지방자치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즉, 무조건 비판만하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냉정히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대학 교수직을 사직하고서라도 지방의회에 출마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정도의 보장이 마련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발전책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정한 용감한 사람의 결단이 아닌, 자연스러운 형태로서의 지방의회가 절실하다.

지난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을 했다. 세종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그리고 지방자치의 상징이고 실천의 출발점이다. 최근 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시)실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우리 지방의회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방의회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 그동안 논의 되었던 ①전문가가 영입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의정비 책정 ②의회사무처 독립 ③보좌관제 도입 ④연수ㆍ연찬비용의 현실화 ⑤정당공천제 유보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을 기대한다. 이곳에서 시범적으로 해보고 성과가 있으면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구조로 변화해 국가발전의 바탕이 돼야 한다. 지방의회 의정비 동결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