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중이온가속기와 대전니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선기]중이온가속기와 대전니움

[사이언스 칼럼]김선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

  • 승인 2012-09-17 14:19
  • 신문게재 2012-09-18 21면
  • 김선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김선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
▲ 김선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
▲ 김선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
“이번 정차할 역은 대전….” KTX를 타고 오면서 잠이 들었다가 지나가 버릴까 걱정하다 결국 선잠이 들고 말았다.

안내 방송을 들으며 선잠에서 깨어나며 문득 “그래, 대전니움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이온가속기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면 어떤 이름을 붙일까라는 생각하다 잠이 든 모양이다. 중이온반응에 의해 인공으로 생성된 원자번호 110번 원소는 2003년에 다름슈타티움(Ds)이라고 명명됐다.

1999년 이 원소를 발견한 독일 중이온가속기(GSI)가 있는 다름슈타트는 일약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중이온가속기는 말 그대로 중이온을 빠르게 가속시키는 장치다. 이온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거나 추가로 붙여 전기적으로 양(양이온)이나 음(음이온)의 전하를 띠게 만든 것이다. 가장 가벼운 이온은 수소 원자의 핵인 양성자이고 수소 원자보다 무거운 원자들의 이온을 중이온이라 부른다.

입자가속기는 전기장을 이용하므로 중성인 원자는 가속하지 못한다. 무거운 원자를 이온으로 만들어야 가속시킬 수 있으니 중이온가속기가 된다.

입자가 빨라지면 에너지가 커지고 에너지가 더 크면 더 작은 입자를 깰 수 있어 더 작은 구조를 연구할 수 있다. DNA의 구조를 알게 되어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게 되고, 원자의 구조를 알게 돼 나노과학이 가능하게 되었듯이 원자보다 더 작은 핵의 구조를 잘 이해하면 차세대 원자력, 핵융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이나 암 치료, 신물질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들이고, 핵의 구조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지금은 모르는 응용이 가능해 질 것이다. 정작, 과학자들이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은 핵의 구조를 이해해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92종이고 이들로부터 우주 만물이 만들어 졌다. 이들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현대과학은 매우 그럴 듯한 설명을 한다. 가장 양이 많은 수소와 헬륨 등 극히 가벼운 원소들은 태초에 빅뱅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무거운 원소들이 생겨날 틈 없이 우주가 빨리 식었기 때문에 탄소나 산소와 같은 원소는 우주가 충분히 식어 별이 만들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별의 중심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지구에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에너지는 태양 내부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 별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원소의 공장이다. 태양 정도의 별은 산소까지 만들고 이보다 무거운 원소 들은 더 큰 별에서 만든다. 그러나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지 못한다. 이론 학자들은 이들이 초신성 폭발과 같은, 별이 죽는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고 설명한다. 초신성 폭발시 방출되는 에너지는 은하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과격한 과정에서 중성자들을 빠른 속도로 잡아먹다 붕괴하며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결국, 우리 몸에는 빅뱅에서, 별의 내부에서, 별의 죽음에서 생긴 원소들이 모두 들어 있으니 우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우주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연구하는 것은 아닐까?

이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동위원소들은 수명이 짧아 가속기에서 만들어져 잠시 존재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러한 동위원소들을 희귀 동위원소라고 부른다. 동위원소는 보통의 원소와 양성자 수가 같아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중성자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다. 예를 들어 양성자 하나인 수소에 중성자를 하나 붙이면 질량이 두 배인 중수소가 되고 중성자를 하나 더 붙이면 삼중수소가 된다. 그러나 무한정 중성자를 붙일 수는 없다. 삼중수소는 12년이 지나면 반이 붕괴해 버린다.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때 만들었던 수소폭탄은 엄청나게 비싼 쓰레기가 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소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을 포함해 110여 종에 불과하지만, 동위원소는 수천 종이 넘는다. 중이온 가속기는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공장이다. 희귀동위원소를 많이 만들어 내어 원소 기원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 새로운 원소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