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은행동 대우당 약국 뒷골목에 위치한 몽골전통음식점 '나몽(Hamyyh)'을 운영하는 몽골 이주여성 바트수흐(38·한국명 김수기·사진)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교류문화센터 김현중 소장의 도움으로 한국에 시집 온 몽골 이주여성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다는 바트수흐는 “대전에 사는 몽골여성만도 500여명에 달한다”며 “언니처럼, 엄마처럼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몽골 울란바토르대학에서 몽골어를 가르치던 바트수흐는 그 대학 총장의 소개로 5년전이던 서른세살때 스무살이나 연상인 한국인 남편을 만나 대전에 왔다. 그러나 결혼 전에는 그토록 친절하고 자상했던 남편이 막상 시집와서 보니 영 딴판이었다. 뚜렷한 직업도 없었고, 매일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고 했다.
바트수흐는 “어떻게든 참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네살짜리 딸아이 한몽이에게 아빠의 이런 모습은 교육적으로 너무나 해로울 것 같아 이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호구지책으로 약간의 위자료와 친정의 도움을 얻어 3개월전 은행동에 몽골전통음식점 나몽을 내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시장보기, 양고기 요리하기, 서빙까지 동분서주하며 부지런하게 움직이자 이제 제법 입소문이 나서 몽골인들뿐만 아니라 양고기를 좋아하는 우즈벡,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비롯해 한국손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식당 인근의 외국인종합복지관, 다문화센터 사람들도 자주 찾는 이 곳은 외국인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트수흐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엄마처럼, 언니처럼, 누나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2층 식당 위의 3층은 노래방으로 꾸며 손님들이 식사후 즐겁게 휴식을 취하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여유가 되면 식당 1층도 구입해 신선한 야채 도매상을 하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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