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에 천안지역 배와 호두농사가 큰 피해를 당하면서 이들 특산물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조합장 박성규)은 태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배 농가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측면에서 올해 열려던 배축제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16일 밝혔다.
천안에는 1100농가 1700㏊에서 연간 3만6000t의 배가 수확돼 국내 생산량의 10%가량을 차지했지만, 볼라벤 등 연이은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배가 무더기로 떨어지면서 50% 이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박 조합장은 “태풍에 마지막 발육과정에서 낙과피해를 입은 배가 1만t을 넘었고 이를 수확량으로 환산하면 1만8000t정도”라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관련 농가가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태풍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축제를 여는 것이 상황이 심각한 농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지난달 이사회와 최근 총회를 거쳐 올해는 배축제를 열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배원예농협은 대신 올해 사용하려던 배축제 지원금 2500만원을 농민 재해위로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천안시와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농협 5000만원, 자조금 3000만원, 농협중앙회 2000만원 등 1억원을 피해농민에게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100년 전통의 천안배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지난해 2100t, 53억원 상당을 수출하고, 올해는 이를 2500t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태풍으로 물량확보가 어려워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천안의 또 다른 특산물인 광덕호두축제도 태풍피해에 따른 작황 저조로 개최가 무산되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호두축제는 지난 4일 축제준비위 전체회의에서 찬반투표결과 반대의견이 높아 무산되자 일부 주민들은 '추진의지 부족'이라며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57억원을 들인 광덕쉼터 준공으로 대대적인 축제분위기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일부 주민들은 “지역 명물 축제가 무산돼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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