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무엇을 가장 걱정할까? 바로 재정이다.
이미 오래전 설립된 공공병원들이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끊임없이 연간 수십억원의 재정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연간 적자 발생액은 약 500억원에 달했다. 2005년부터 매년 400억원 이상씩 적자를 내고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매년 20억원 이상의 비용을 꾸준히 지원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전시는 공공병원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우려하고 있다.
2007년 가오지구의 시립병원 부지를 동구청에 매각한 이후 마땅한 부지가 없는데다, 시립병원을 신규설립하기 위해서는 500병상일 경우 건축비만 15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비나 부지 확보까지 더해지면 초기 투자비가 2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권선택 국회의원의 발의로 설립비의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막대한 재원 마련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공병원들이 오랜 적자를 지속하면서 최근 20년간 자치단체들이 공공병원 설립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자치단체들의 공공의료원 운영 실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적자 회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만성 적자에는 이유가 있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상 낮은 의료수가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 고급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뒤따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다.
현재의 공공병원은 중앙정부가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자치단체는 경상비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지방의료원들은 현실이 그렇지 않다. 2010년 자치단체들의 경상운영비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는 107억원4100만원을 지원했다. 부산시는 27억원, 인천시 41억원, 경기도 42억원(6개소)등의 경상비를 지원했지만, 충남과 충북, 경북도는 경상비를 단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알아서 운영하라는 것이다. 민간병원들이 적자를 이유로 외면하는 분야를 떠안고 있는 공공의료원에 수익을 내라는 것 자체도 모순이다. 이들 공공의료원들은 공익 기능의 비용을 떠안고 있다.
공공의료원이지만 적자를 내지 않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국립 암센터나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이 그렇다.
이들 성공 의료원들은 초기에 대규모 투자로 시설과 장비가 뛰어나고, 수도권 근교에 위치해 있어 명문 대학병원에서 우수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했다. 또 연구 기능에 대한 경상비를 지원받아 안정적 기능 수행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나 부산 의료원 등 광역시 단위의 의료원들도 성공적 운영을 하고 있다. 이들 의료원들은 장례식장과 노인병원 등 수익시설 운영을 통해 적자폭을 해소하고 있다.
대전시는 시립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초기투자비용 2000억원과 매년 수십억원을 투입하는 대신 기존의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좋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의료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적으로 달리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종합병원에 취약계층 치료를 위한 비용을 지원해 주도록 하고, 공공의료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의 방식이 됐든, 시민사회단체가 원하는 방식이 됐든 지역시민들은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길 분명히 원하고 있다. 적절한 비용에 대한 과잉진료 없는 의료,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정립은 꼭 필요한 숙제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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