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대전반딧불야학교 졸업식에서 늦깎이 학생과 야학교사들이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
대전 서구 도마동에 거주하는 전정자(여ㆍ71)씨는 60여년 전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교실과 칠판을 마주한 전부다.
6살 위의 오빠가 대학에 들어갈 시기여서 집에서는 딸을 중학교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후 전 씨는 친구들이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을 때 밭에 새참을 나르고 어른 일을 도우며 소녀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가 다시금 교실 책상에 앉아 선생님 앞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 됐다.
청동기와 신석기 시대를 구분하고 알파벳을 배우는 게 댕기머리의 소녀시절만큼 빠르지 않았지만, 설거지하며 혼자 생각해보고 다음날 야학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게 재미있었다.
전 씨의 늦깎이 학생생활은 지난달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 합격을 계기로 언제든 노력하면 된다는 자부심으로 열매가 됐다.
지난 15일 대전 서구 도마1동 새마을금고 3층에 마련된 대전반딧불야학교(교장 김진중)에서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늦깎이 학생 10명이 밤낮으로 공부한 덕에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손에 쥐었다.
반딧불야학교는 1988년 개교해 교과부 평생교육진흥원 성인문해지원사업기관과 대전시교육청 교육감지정 평생학습관으로 지정됐다.
매주 나흘간 오후 2~5시, 오후 7~9시 야학교사인 이명숙(여ㆍ58), 윤희선(여ㆍ50)씨 등의 도움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다.
늦깎이 학생들의 실력도 뛰어나 이날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중구 대흥동 윤옥임(여ㆍ50)씨는 검정고시에서 수학 100점을 받았다.
윤 씨는 “집에는 대학생 아이가 있고 내가 집의 가장이어서 손에서 일을 내려놓을 수 없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야학을 시작했다. 누군가 내게 물어보고 그것을 설명해주는데 재미를 붙이다 보니 수학 100점을 받은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또 서구 정림동의 박종순(여ㆍ56)씨는 중ㆍ고등부 검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이날 공로패를 받으며 “야학을 활성화해 못 배운 사람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딧불야학교 김진중 교장은 “야학교 운영이 쉽지 않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