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과 맞지 않는 농작물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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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실과 맞지 않는 농작물 보험

  • 승인 2012-09-13 19:24
  • 신문게재 2012-09-14 21면
태풍 볼라벤과 덴빈은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준비하던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입혀 안타깝게 했다. 이럴 때 농가에 재기의 힘을 불어넣는 것이 정부의 지원과 농작물 재해보험이다. 하지만 재해보험은 대상 품목이 한정돼 있는데다 보상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농업 분야의 안전판 구실을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사과와 배 2개 품목으로 시작된 농작물 재해보험은 해마다 대상 품목이 확대돼 올해는 35개 품목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중 17개는 시범 품목이다. 정해진 지역이 아니면 가입조차 할 수 없다. 그나마 충남의 대표적 농산물인 인삼과 버섯 등 5개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자연재해로 피해 농가에 희망을 주자는 재해보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상조건도 까다롭다. 지난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의 경우 80% 이상 피해가 확인돼야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폭우, 태풍, 우박, 강풍 등의 피해를 보상하는 특정위험방식의 과수 품목은 동해나 설해는 보상받지 못한다. 주계약 이외의 피해는 별도의 특약에 가입해야 해 농가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

보상조건을 완화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개선해야 하겠다. 보상을 받고 나면 보험료가 할증되는 것도 문제다. 자연재해의 책임을 농민한테 돌리는 식의 보험료 할증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시설 하우스 농가가 규격 하우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재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규정도 재고돼야 할 대상이다. 정부 방침대로 규격 하우스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1200만원 가량 든다. 영세 농민들로서는 50~70% 비용이면 가능한 비규격 하우스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값싼 규격 하우스나 개발 또는 설치비 지원 같은 보완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면 피해액의 70~80%가 보상받을 수 있어 재기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1년 단위로 재가입해야 하는 데다 자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힘든 농가 형편을 고려해 보험료 부담분 조정이나 대상 품목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피해 농민의 애로점을 살펴 서둘러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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