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대 격인 총리실 이전을 기점으로 세종시는 비로소 기능상 행정도시의 온전한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게 된다. 이는 충청권을 터전으로 삼은 국가균형발전의 코드가 안정적으로 조합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념적 코드가 아닌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코드여야 할 것이다. 총리실의 세종시 이전은 물리적인 공간 이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전고시 7년만에 어렵게 이뤄진 중앙행정기관의 첫 이전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분산하는 국책과제가 실현 가능하다는 푸른 신호등과 같기 때문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17번째 광역단체 탄생에 방점이 찍혔다면 중앙부처 이전으로 제2수도의 발판을 놓는 계기가 됐다고 규정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날 총리실의 정부서울청사 입주를 계기로 중앙청사로 자리매김한 것을 기억한다. 그랬듯이 세종시가 상징성으로나 실제로나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계 명품도시'는 수사적인 표현이 될 수 없다. 지향해야 할 뚜렷한 목표다.
시루떡을 준비하며 자부심 속에 가족맞이 준비로 들떠 있는 세종시민 등 충청인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지역 이미지나 정체성에 따라 세종시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지금까지의 양상과 다르지만 행정도시의 성공을 넘어 행정수도로 가기 위한 국회 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 만만찮은 난제도 가로막고 있다. 세종시와 더불어 상생 발전을 해야 하는 충청권 지자체의 역할과 비중 또한 그만큼 커졌다.
총리실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입주는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해소를 전제로 출발한 것이기도 하다. 총리실을 선두로 나머지 정부기관과 소속기관도 연기나 지연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핵심 축인 총리실이 세종시가 있는 충청권으로 역사적 대이동을 시작했다. 총리실은 이제부터 충청권의 '손님'이 아닌 어엿한 새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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