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타 지역에 비해 병상수와 의사수가 많다. 의과대학병원도 4개나 있고, 종합병원은 8개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대전시민들이 제대로된 의료서비스와 혜택을 받고 있을까?
'제대로 된 의료혜택'이라는 것은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수준있는 진료를 적정한 가격에 제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다.
지난 민선4기 대전시는 시립병원 부지로 예정된 가오지구를 시립병원 설치에 수익성이 부족하다며 병원설치를 철회시켰고, 동구는 청사를 이 지역으로 이전했다.
공공병원 설치의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대전시는 이후 지금까지 시립병원이 없는 상태이고, 아직까지 의료의 공공 영역에서는 최하위 수준의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시립병원이 없는 대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나아가 공공병원이 시민들에게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려고 한다. 또 시립병원 설치의 가장 큰 장애가 되는 부분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병원에 구급대원들이 연고없고 돈 없는 환자 데려다 놓으면, 직원들하고 차에 태워서 다른 병원 앞에 버리고 온 적도 있어요.”
대전지역의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이 전한 후일담이다. 응급실을 통해 환자가 실려왔지만, 무연고자이거나 보호자가 없다면 치료를 해주지 않고 다른 병원 앞에 내려주고 왔다는 이야기다. 병원은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닌, 생명을 살리기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일도 있다. 한 노숙자 단체에서 노숙인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갔다. 병원에 입원하려면 보증인이 필요했고, 보증은 노숙인 단체 관계자가 섰다. 치료후 병원비는 의료급여환자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는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지급 능력이 없었던 노숙자는 낼 수 없었고, 병원은 보증인인 노숙인단체 관계자에게 추징해 받아냈다.
공공병원이 없는 대전시는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이 취약하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무료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 구조는 그렇지 않다.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할 경우 국가에서 지급하는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의 경우 일반 환자는 의료수가를 25%로 지급하지만, 급여환자는 18%만 지급하기 때문에 의료급여환자는 병원에서 외면받는다.
실제로 2009년 병원별 의료급여환자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역거점공공병원의 경우 전체 환자대비 34.8%가 의료급여환자였다. 같은 규모의 민간병원은 20.5%만 의료급여환자를 치료해 공공병원이 종합병원 평균의 1.7배이상 많은 급여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도시지역의 경우 행려환자 진료도 공공병원은 2.38%, 동급민간 병원은 1.98%로 공공병원이 더 많은 행려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공공병원이 있다면 낮은 진료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사람이 하루동안 병원에 입원한 진료비가 공공병원은 13만837원으로 민간병원 18만4969원에 비해 71% 수준이다. 외래 진료비 역시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의 74% 수준이다. 좋은 시설과 높은 수준의 공공병원이 지역에 들어설 경우 지역의 평균 진료비를 낮출 수 있고, 의료수가 자체를 낮출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구의료원이 그랬다. 대구의료원은 최상급 시설의 장례식장을 만들면서 시중의 장례비용보다 10% 이상 저렴한 비용을 받았다. 대구의료원으로 장례 이용객이 몰려들면서 대구시내 장례식장들도 덩달아 장례비용을 내리기 시작했다.
해마다 물가가 오르지만, 이례적으로 대구지역 장례식장 이용비용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공병원은 수익성이 없다하더라도 지역의 필수 의료서비스에 충실하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외면하는 응급의료 서비스나 감염병 격리병상, 지역보건 프로그램, 호스피스 병상 등을 제대로 갖추고 공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대도시이지만 취약계층이 많은 대전지역의 경우 수익에만 의존하는 민간병원들만 존재하고 있어 필수 의료서비스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건양대병원 예방의학과 나백주 교수는 “대전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어 민간병원의 문제점을 견제하거나 보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병원은 많지만 취약한 시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병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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