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리처드 J. 데이비슨은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 출신으로 1984년부터 현재까지 위스콘신대의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 뇌 활동에 관해 연구하는 와이즈먼 실험실과 신경과학적 정서에 관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성격과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인간 유형을 구분 짓던 전통 심리학에서 벗어나 인간 뇌 패턴과 연관된 정서 유형을 최초로 발견하여 인간 유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2006년 '타임'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07년에는 '메디슨'지가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경과학계의 선구자이자 셀 수 없이 많은 과학상을 받은 저자는 서구의 과학과 달라이 라마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 리처드 j. 데이비슨 저 |
혈액형과 성격과의 상관관계에 관련해서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B형 남자'로 특정 지어진 캐릭터가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으로 존재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물론 비과학적이긴 하지만 혈액형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을 특정 지으려는 행동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파악하고 분석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렇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을 분류하려고 하는 연구와 노력들을 하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정서'라는 것으로 표현을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며칠도 안 되어 툭툭 털고 일어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큰 절망에 빠지며 심지어 자살을 한다. 실직을 했을 때도, 어떤 사람은 바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며 좌절한다. 이러한 차이를 '정서'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정서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 단위에 속하는 것이 '정서 상태'다. 정서 상태는 경험에 의해 발생해 일반적으로 몇 초 동안만 지속된다.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 프로젝트를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휴일 근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서운함 등이 그것이다. 반면 몇 분이나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지속되어 마음에 남는 정서는 '기분'이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어느 한 사람의 특징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은 '정서 특성'이다. 저 사람은 성질이 급한 사람, 혹은 작은 것에도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서 특성의 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핵심적으로 역설하는 부분인 '정서 유형'이다. 정서 유형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특정 두뇌 회로에 따라 결정되며, 객관적인 실험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특정한 정서 상태, 기분을 느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서 유형'이 정서 활동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류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성격은 네 가지 혹은 다섯 가지 성격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고 하거나 혹은 셀 수 없이 많은 성격 유형이 있다며 성격 분류 체계를 마구잡이로 제시해 온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의 과학적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인간의 행동이나 감정, 사고방식 등은 모두 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뇌에 근거하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 분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의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6가지 차원의 정서 유형을 제시한다. 6가지 정서 차원의 양극단 사이에서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책에서 공개한 정서 검사를 통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조합하면, 그 사람의 정서 유형을 찾을 수 있고, 뇌의 차이가 정서 유형의 차이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비롯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었던 사람들은 물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서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독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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