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다른 한쪽에서는, 환자가 없어 폐업하는 개업의들이 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의사 수급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더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업 의사들의 공멸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 대학에서 연구한 '적정 의사인력 및 전문분야별 전공의 수급 추계' 결과 발표로 인하여 우리 사회의 의사 부족 현상, 혹은 잉여를 둘러싼 해묵은 의대정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국내 임상 의사 수가 적게는 3만4000명에서 많게는 16만명까지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도 일부 지역주민들이 의료 소외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이내에 전 국민들이 의료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의대정원을 3000여명에서 500여명 늘려 3600명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개업의들이 수입 감소로 인하여 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회자되어왔다. 의사협회 측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의사 증가 속도가 OECD 평균보다 5배 빠르며 그에 따라 매년 동네의원의 5~6%가 문을 닫는 형편이라고 개업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가 모두 맞는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사회적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전공의들의 전공과목 쏠림 현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6개 전공과목 중 14개 과목이 정원에 미달했으며 특히 국민 의료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핵과,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병리과, 방사선종양과 등은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의사수급 문제와 진료과목 선택의 불균형으로 요약된다. 먼저 진료과목의 불균형문제는 현행 의료보험체계에서 복잡하거나 위험한 진료행위에 대해 수가책정의 현실화 등 현실적인 보상 방안이 마련된다면 다소 해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수급 문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따라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의 절대부족이 지역 편중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개업의들이 열악한 환경의 지방을 피하고 대도시로만 몰리는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도시 위주 편중현상의 개선책 없이 의사 숫자만 늘린다면 문제만 더 심화시킬 뿐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대안으로 의대에서 신입생 선발 시에 지역학생 할당제를 확대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보통 의대입시를 보면 수도권의 성적 좋은 학생들이 지방의대를 휩쓸기 마련이다. 막상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은 수도권 학생들에 밀려 의대 진입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6년 후 이들이 졸업할 때 수도권에서 온 학생들의 대부분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병원에 취업을 하든지 개업을 하든지 연고가 있는 수도권으로 되돌아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지방의 의대들은 수도권 의사를 채우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는 형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수년 전부터 의학과와 간호학과를 비롯한 주요 학과에 지역학생전형을 부분 실시하여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뽑고 있다. 그들이 입학시에는 설사 수도권의 인재들보다 1~2점 낮을지 모르지만 잘 가르쳐 졸업을 시키면 대부분 지역에 남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음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지역근무와 특수전공 등을 의무화하는 장학의사 방안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에서 그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길러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야말로 의사수급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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