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주]사회성 발달의 초석은 가정에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백은주]사회성 발달의 초석은 가정에서

[수요광장]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 승인 2012-09-11 14:11
  • 신문게재 2012-09-12 21면
  • 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 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 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어린이집 사무실에 이제 막 두 돌이 된 자녀를 데리고 한 어머니가 방문해 원서를 쓰려했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도 아닌듯해 물어봤더니 집에 아이가 혼자고 주변에서 모두 귀여워만 하니까 아이가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어머니는 어린이집에 와서 여러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이 길러지기를 바랬다. 그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에 맡기고자 하는 이유가 단지 그것이라면 일 년 더 지나서 세 돌이 되면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

만 2세 전후의 아이들은 지구의 축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것으로 여기는 '자기중심성'의 극치를 달리는 발달시기에 있다. 아울러 자신의 주변 일들을 혼자서 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성인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면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듯 해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그래서 도와주려고 하면 아이는 강하게 저항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전시기보다 손이 더 많이 가는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만2세전후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어지간히 힘이 들었는지 서양에서는 '무시무시한 두 살(terrible two)'이라 하고, 우리는 만2세를 세는 나이로 해서 '미운 네 살'이라고 이 시기 아이들을 지칭하곤 한다.

그런데 이 시기의 자기중심성은 사회성의 결여라고 하기보다 아직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인지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면 자신의 얼굴만 파묻고 몸은 밖으로 드러낸 채 술래가 자기를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엉덩이가 다 보이게 드러나 있지만 자기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볼 수 없을 거라 여기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은 두 돌 아이들에게서만 보이는 건 아니다. 유치원에 있어보면 자신의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한 행색의 미니어처를 아이로부터 선물 받곤 하는데, 선물을 주는 아이의 표정은 선생님이 그 선물을 무지 좋아할 거라는 확신에 차 있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다른 생각이나 입장일 수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스스로의 힘으로 해 보겠다는 자율성의 합작(!)으로, 만 두 돌 전후의 아이는 “이가 할 거야.”를 남발한다. 여기서 이는 '내가'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넣어 말하는 식이다. 흘리지 않고 잘 먹지도 못하면서 “이가 먹을 거야”, 제대로 착용하지도 못하면서 “이가 (옷을)입을 거야, (신을)신을 거야”라고 하며 주변의 도움을 거절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양보하고 나누는 것에 대해 눈이 뜨는 사회성 발달의 시작을 보통 만3세쯤으로 본다. 오래전 가족 내에 서너 명의 형제자매가 있던 시대에는 가정 안에서 형제자매들 간에 좌충우돌하며 사회성이 길러질 수 있었지만 소 자녀가 대부분인 현 시대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만3세쯤이 되면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장(場)으로써 유아교육기관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시기까지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가정에서 일대 일의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이의 발달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기밖에 모를 시기이니 아이가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뜻은 아니다. 유치 관리를 잘 해야만 건강한 영구치가 나오듯이 사회성 발달의 초석은 만3세 이전시기의 아이와 가족 특히 주로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다져진다.

아이가 몸이 불편할 때 이마를 짚어주고 따스함을 원할 때마다 포근히 안아주고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 저것을 만져보고 싶어 할 때 손에 잡히는 곳에 놓아주고, 기고 서고 걸으며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할 때 안전한 곳을 마련해 주어서, 아이가 누군가 자신을 늘 지켜봐주는 이가 있어서 세상이 참 좋은 곳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정을 떠나 사회에 나왔을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기대하고 자신이 받은 대로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가슴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사회성 발달은 유아교육기관이라는 외부사회와 접하였을 때 시작된다고는 하나 그 이전, 가정에서부터 길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