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실정을 보면 도랑은 하수 기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본류보다 지류와 지천이 문제지만 여기에 정책적인 비중을 둔 적은 없었다. 민과 관이 합심하되 도랑 살리기를 ‘주민 참여형’으로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또다른 토목공사가 아닌 자연과 공생하는 도랑 만들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의 대다수 도량은 오염과 훼손이 심각하고 주변 하천은 생활쓰레기 소각장처럼 방치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도랑, 실개천 또한 ‘유역’ 개념으로 봐서 체계적으로 정화하고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본류까지 깨끗이 한다는 목표로 선후가 바뀐 4대강 사업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3농 혁신 관련 지역, 지자체 추진 의지와 주민 호응도 등도 따져 선정 대상을 가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본류로 흘러드는 모든 도랑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옳다. 생활공간 회복 차원에서도 지속성 있는 사업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도랑 유지를 위해 연못이나 소(沼) 하나를 만들 때도 보(洑) 설치 등 4대강 물막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특히 도랑 살리기 사업은 도랑의 복원을 통해 인근 소하천, 지방하천, 궁극적으로 강과의 생태적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도랑 개념부터 모호한 실정에서는 지류, 지천 정비사업으로 강 살리기도 한다는 전제가 더욱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들고, 충남의 경우만도 내년부터 5년간 90억원이 드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환경 전문가의 자문에 귀기울이면서 예산만 쏟아 붓는 일방통행식 사업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도랑 복원과 정화는 쉽게 표현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환경적 실천의지가 잘 결합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회성으로 뚝딱 끝내서도 안 된다. 사업 실명제 역시 도랑 생태계를 망쳐놓은 다음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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