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서민들은 지갑을 닫은지 오래고, 자영업자들의 생계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에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른바 'VVIP'들의 씀씀이는 커졌지만 전반적인 내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형마트와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통시장의 매출 하락은 말할 것도 없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판매액 하락으로 죽을 쑤기는 마찬가지다.
10일 유통업계와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지속된 경기침체로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장사를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형편이다.
매출은 예전의 절반 수준을 넘기기 힘들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규모 식당업의 경우 폭염과 태풍 등 이상기후 탓에 원재료 가격이 급등,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자그마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A(42)씨는 “요즘에는 팔면 팔수록 손해인 것 같다”며 “서민 경제가 무너지다 보니 좀처럼 외식 수요도 크게 감소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B(여·32)씨도 “손님들의 씀씀이가 지속적으로 줄어 최근에는 주말에만 조금 매출이 오를 뿐 평일에는 공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가게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작년 동기 대비 8.0% 증가하는데 그쳤고, 서민 생활과 밀접한 일반음식점, 미용실, 세탁소 등의 감소 폭이 크게 감소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속된 경기침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은 지난 여름 사상 유례없는 한달간의 여름 정기세일을 진행했음에도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
폭염으로 내방 고객수는 증가했지만 객 단가가 낮아졌고, 궁극적으로는 쇼핑객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은 것이다.
대형마트도 의무휴업 실시 중단에 따른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지속된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백화점 판매액은 작년 동기 대비 6.1% 줄었고, 대형마트도 작년 동기 대비 3.5% 마이너스를 보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최상위층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졌지만, 중산층의 붕괴와 서민층의 절약 생활화 등으로 내수경기 부진의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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