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성매매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에 따르면 2008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해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이 일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상담과 구조 요청이 최근 다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유천동은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막장'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권 유린의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이곳에서의 인권 유린 실태는 이미 과거 집결지 해체 과정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바 있으며, 2009년에는 한 여성이 업소가 문을 닫은 이후 업주에게 끌려다니며 감금 생활을 하다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후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으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일부 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인권 유린 상황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 내용은 대부분 성매매 강요와 감시·감금, 폭행 등으로 인한 인권유린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는 과거 유천동 일대 성매매 업소에서 자행되던 인권유린과 동일한 형태로, 상담 내용에 따르면 여전히 유천동 일대 업소로 유입되는 여성들 상당수가 선불금으로 인해 팔려오다시피 이곳에 들어온 뒤 일상적인 감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출이 통제될 뿐 아니라 병원이나 목욕탕을 갈때도 이른바 '삼촌'으로 불리는 남성들이 따라 붙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여성들을 상담한 상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상담소에는 이러한 상담 사례가 이전 보다 잦아지면서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상담소에는 4건 정도의 피해 상담이 접수돼 2명의 여성이 긴급 구조됐으며, 올해는 그 수가 늘어 한달 평균 1명 꼴로 상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에는 상담소의 지원으로 한 여성이 업소를 빠져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성매매 알선 등의 내용으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가 확인돼 업주와 성매수 남성 등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감금 등의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소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인권유린 상황이 확인되고 있지만 고소가 되더라도 성매매 알선 이외에 감시·감금 등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특정이 어려워 처벌 조항에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명한 것은 집결지 해체 이후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개입이 쉽지 않기에 경찰의 감시·단속 강화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