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실시간으로 사진을 보내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끝을 향하고 있는 지금, 하늘은 이제 미지의 세계만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 있다.
2006년 어느 여름날 밤. 한낮의 찌든 무더위가 내려앉은 후 간간이 불어오는 밤바람이라도 쐴 겸 거실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때 문 밖으로 보이는 깜깜한 밤하늘에 밤송이만한 불빛이 빛났다. 빛은 점점 더 커지는가 싶더니 아주 작은 불빛들을 쏟아냈다. 큰 불빛에서 나온 작은 빛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져 갔고 작은 빛을 쏟아낸 큰 빛은 서서히 움직이다가 사라졌다. 혜성이라고 하기엔 꼬리를 날리는 불빛들이 없었고, 일반 비행기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이 내가 본 첫 번째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였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그 이상의 것을 말할 때 어른들은 덜 떨어진, 철딱서니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이미 답지를 손에 든 사람들처럼 지레 재단하고 결론을 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오간다. 아직 답지가 없는 그들의 세상은 열려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는지 모른다.
요즘엔 하늘을 일부러라도 더 보려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강력 범죄 소식, 8년째 이어지는 OECD 자살률 1위 뉴스 등 피로를 쌓이게 하는 현실에서 눈과 귀를 잠시 쉬게 하고픈 까닭에서다. 이글거리던 태양의 열기가 식고 한결 높아진 가을 하늘이 그곳에 있다. 찌든 도심에서 아직 살아남은 별들은 무심히 빛난다. 그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게 문득 감사하다. 갇힌 생각을 열어줄 여유로움이 내게 온다.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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