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가을, 하늘을 본다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가을, 하늘을 본다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승인 2012-09-10 14:39
  • 신문게재 2012-09-11 21면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하늘을 본다. 가끔과 자주의 중간쯤, 딱 그 만큼 하늘을 본다. 태양과 달이 공존하는 아침 하늘도 좋고, 바람에 쓸린 듯한 모양으로 구름이 떠 있는 가을 하늘도 좋다. 석양을 배경으로 이른 불빛을 빛내며 유유히 사라져가는 비행기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도 좋아서, 그렇게 하늘을 바라본다. 물론 지금의 하늘은 어릴적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실시간으로 사진을 보내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끝을 향하고 있는 지금, 하늘은 이제 미지의 세계만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 있다.

2006년 어느 여름날 밤. 한낮의 찌든 무더위가 내려앉은 후 간간이 불어오는 밤바람이라도 쐴 겸 거실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때 문 밖으로 보이는 깜깜한 밤하늘에 밤송이만한 불빛이 빛났다. 빛은 점점 더 커지는가 싶더니 아주 작은 불빛들을 쏟아냈다. 큰 불빛에서 나온 작은 빛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져 갔고 작은 빛을 쏟아낸 큰 빛은 서서히 움직이다가 사라졌다. 혜성이라고 하기엔 꼬리를 날리는 불빛들이 없었고, 일반 비행기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이 내가 본 첫 번째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였다.

그리고 얼마 전인 이달 초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잠시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걷다가 어떤 느낌에 끌려 바라본 밤하늘에 3개의 불빛이 나란히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행기의 불빛은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보통인데 그 불빛과 비교해 훨씬 컸다. 발광체처럼 빛나던 빛은 차례로 사라졌다. 두 번째 UFO 목격담이다. 이 이야기를 어린 조카들에게 들려줬더니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당시 상황을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휴대전화가 뜨거워질 때까지 목격담을 털어놔야 했다. 당연히 어른들에겐 말을 아꼈다. 괜히 싱거운 사람 취급 당하기 십상이니까.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그 이상의 것을 말할 때 어른들은 덜 떨어진, 철딱서니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이미 답지를 손에 든 사람들처럼 지레 재단하고 결론을 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오간다. 아직 답지가 없는 그들의 세상은 열려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는지 모른다.

요즘엔 하늘을 일부러라도 더 보려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강력 범죄 소식, 8년째 이어지는 OECD 자살률 1위 뉴스 등 피로를 쌓이게 하는 현실에서 눈과 귀를 잠시 쉬게 하고픈 까닭에서다. 이글거리던 태양의 열기가 식고 한결 높아진 가을 하늘이 그곳에 있다. 찌든 도심에서 아직 살아남은 별들은 무심히 빛난다. 그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게 문득 감사하다. 갇힌 생각을 열어줄 여유로움이 내게 온다.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