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선 충남지방경찰청장 |
정부에서도 강력범죄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 국민의 경찰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마련한 특별치안대책에 대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미봉책이라며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경찰관 수는 한정된 상황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벽한 치안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증가와 더불어 112신고건수나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경찰인력의 증가는 해마다 제자리걸음이다.
2007년에는 149건이던 전국의 지역경찰 1인당 112 신고 건수가 지난해에는 234건으로 약 57% 증가했다. 또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 역시 2007년 약 52만 건에서 지난해에는 약 61만 건으로 약 9만 건(19%)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증원된 경찰인력은 불과 762명(0.7%) 뿐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 경찰의 검거율은 월등히 높지만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한국의 5대 범죄 검거율은 82%로 영국(21%), 미국(22%), 독일(41%), 일본(30%)에 비해 2~4배나 높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영국(380명), 미국(354명), 독일(301명), 일본(494명)인 반면 한국은 501명 수준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범죄도 있게 마련이다. 늘어나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정한 경찰인력이 필요하다. 범죄학자들에 의하면 범죄자들은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는 체포될 위험성을 더 두려워한다고 한다. 또 범죄발생 신고건수의 30% 이상만 검거하면 현저하게 범죄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것도 가능하면 가장 빠른 시간 내 체포하는 것이 범죄를 줄이는 데 가장 효율적 수단이다. 신속한 검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다각적인 범죄예방활동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늘어나는 범죄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찰인력의 증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찰인력이나 첨단장비 같은 치안인프라의 확충은 사회간접자본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에도, 그동안 경찰인력이나 장비의 보강은 경제상황이나 부처 논리에 따라 최우선 순위에 밀려 있었다. 치안 인프라(Infrastructure), 말 그대로 사회 안전을 담보하는 기반시설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시 장기적 경제효과를 고려해서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고속도로냐는 등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대동맥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이는 곧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는 것보다는 미래를 위한 기반시설로서 도로, 철도, 항만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준 것이다.
치안은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지켜주는 방범창이며 울타리요, 물의 범람을 막아주는 제방이고, 국민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고속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다.
선진국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주민들은 경제정책보다 지역사회의 치안안전에 대한 우수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준다고 한다. 그만큼 치안을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그래야 한다. 치안 울타리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현재,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민이 모두 울타리를 튼튼하게 하는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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