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지역유통업계가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할당된 몫이 납품업체나 입점업체로 떠넘겨져 물의를 빚고 있다. 납품업체 등은 직원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소위 '위탁판매' 방식을 취하지만 강매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9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자사의 상품권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납품업체나 입점업체에 위탁판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상품권은 현금 매출과 같은 만큼 유통업체로서는 매출 부진을 만회하는 것은 물론 실적 상승도 꾀할 수 있어서다. 유통업체는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정해 판매 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직원들도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납품업체나 입점업체들은 직원들과 갑과 을의 관계여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모 유통업체에 입점한 A사장은 불이익을 우려해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상품권 판매 요구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A사장은 거듭되는 상품권 강매에 부담을 느껴 퇴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은 위탁판매지만 결산시에는 판매되지 않은 상품권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A사장은 “명절 등 때만 되면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 가량의 상품권 판매를 요구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떠넘겼다”며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품권 판매를 거절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있다.
B사장은 “지난 설 명절에 직원으로부터 상품권을 할당받았지만 사정이 어려워 거절했다”며 “이후 매장 운영과 관련해 심한 간섭을 받는 등 3개월 이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남품업체나 입점업체 뿐 아니라 유통업체 직원들도 죽을 맛이다. 회사에서 정해진 할당량을 판매하지 못하면 다른 직원들과의 업무실적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체 등을 상대로 상품권 판매 영업활동을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해마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직원마다 할당량이 정해져 다른 직원들과 실적경쟁이 불가피한 상황도 고려해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또 “판매실적이 부진할 경우 부득이하게 입점업체나 납품업체에 위탁판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선해야 될 부분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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