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대전 서구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씨가 자살하고 싶다며 정신건강전화(1588-0199)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실직한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흉기가 있고 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는 말을 남긴 채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정신건강전화로 A씨와 통화한 서구정신보건센터 서두직 복지사는 소방서와 경찰에 연락해 자살시도자가 있음을 알리고 함께 출동해 빌라에서 혼자 거주하던 A씨를 구조했다. 발견 당시 A씨의 방에서는 흉기가 발견됐고 술에 만취한 상태로 이후 서구정신보건센터는 사례관리를 통해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세계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대전·충남 지역의 자살에 대한 사회적 처방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의 자살 예방활동기관 사이 교류가 부족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자살 시도에 대한 야간 대응기관 신설이 시급한 상태다.
2010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에서 대전은 29.2명, 충남은 44.6명이 극단적인 결정에 치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대전 동구는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37.8명으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 8번째 높은 수준이고 유성구는 2007년 대비 자살자 수가 43.5% 증가했다.
충남도 지난해 자살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며 일부 군에서는 10만명 당 자살자가 74.9명과 70.9명에 달해 전국 평균(31.2명)을 두 배 넘어섰다.
더욱이 2010년 전국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0만명당 6.5명으로 운수사고 2.4명을 제쳤고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온라인조사한 결과 대전 청소년의 21.2%, 충남의 17.6%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우려를 키운다.
효율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 대전·충남의 활동 기관 사이 정보교류가 필요하고 역할 조정기구가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7일 대전시와 5개 정신보건센터가 개최한 '자살예방 세미나'에서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 다양한 자살예방활동기관이 있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네트워크 체계가 부족하다”며 “자살이 곧 정신건강과 연계된다는 것을 많은 시민이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박은미 교수는 “자살기도자에 24시간 접근할 수 있는 구조는 없는 상태”라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자살기도자에게 사회적 관심과 사례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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