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는 최근 폐자원 활용의 산업화를 위한 '자원순환특화단지' 조성 사업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환경부가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지 선정이다. 자원순환단지가 조성되면 폐기물 업체를 집적화해 자원 추출과 재활용 및 처리, 에너지화 등의 산업이 집중 육성되지만, 폐기물 업체 집적에 대해 주민들은 부정적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치단체들도 이런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원순환단지 조성을 꺼리고 있다. 충남도는 실제 올해 각 시군에 자원순환단지 조성 신청을 받았으나 어느 곳 하나 나서지 않았다.
도는 현재 연구 용역을 통해 각 시군별 산업과 폐자원 발생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모델을 제시해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런 문제는 자주 발생한다. '내 집 앞만은 안된다'는 '님비(NIMBY)현상'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님비현상은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갈등 사례 중 하나다. 공공시설이라 할지라도 주민들은 '혐오시설'로 여겨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행정력 낭비나 불필요한 갈등 비용 지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사회적 다양성 증대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이 같은 갈등 양상은 더욱 잦아진다.
때문에 행정력 낭비를 막고 꼭 필요한 공공시설을 적제적소에 설치하기 위해서라도 ‘님비현상’은 반드시 허물고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님비현상은 실제로도 반드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다. 선입견과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합리적으로 갈등을 극복ㆍ해결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경은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로, 설립 당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개교 이후 지역 사회와 화합하며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학교 측은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마을 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며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을 불식시켜 나갔다.
개교 후에도 처음에는 ‘동네에서 보이지 않도록 높은 담을 쳐달라’고 요구했던 주민들도 차차 마음의 문을 열고 장애 아동들을 자신들의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주민과의 소통으로 갈등의 벽을 허물어 낸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소통의 힘’에서 해법을 찾는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는 “님비현상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부재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공청회 같은 형식적 절차 보다 주민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이어 “공정한 절차와 과정 등을 생략한 채 시설 입지를 결정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은 주민들이 왜곡된 이미지로 바라보고 반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면 주민들도 이를 지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며, 자연스럽게 님비현상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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