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화두 벽을 허물자]24 님비현상

  • 사회/교육
  • 사건/사고

[2012화두 벽을 허물자]24 님비현상

자원순환단지 등 부지선정 기피 '대표적 사회갈등' 형식적 절차보다 주민 동의 끌어낼 설득과정 중요

  • 승인 2012-09-09 16:20
  • 신문게재 2012-09-10 1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2012화두 벽을 허물자]24 님비현상

충남도는 최근 폐자원 활용의 산업화를 위한 '자원순환특화단지' 조성 사업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환경부가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지 선정이다. 자원순환단지가 조성되면 폐기물 업체를 집적화해 자원 추출과 재활용 및 처리, 에너지화 등의 산업이 집중 육성되지만, 폐기물 업체 집적에 대해 주민들은 부정적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치단체들도 이런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원순환단지 조성을 꺼리고 있다. 충남도는 실제 올해 각 시군에 자원순환단지 조성 신청을 받았으나 어느 곳 하나 나서지 않았다.

도는 현재 연구 용역을 통해 각 시군별 산업과 폐자원 발생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모델을 제시해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런 문제는 자주 발생한다. '내 집 앞만은 안된다'는 '님비(NIMBY)현상'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님비현상은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갈등 사례 중 하나다. 공공시설이라 할지라도 주민들은 '혐오시설'로 여겨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행정력 낭비나 불필요한 갈등 비용 지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사회적 다양성 증대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이 같은 갈등 양상은 더욱 잦아진다.
 때문에 행정력 낭비를 막고 꼭 필요한 공공시설을 적제적소에 설치하기 위해서라도 ‘님비현상’은 반드시 허물고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님비현상은 실제로도 반드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다. 선입견과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합리적으로 갈등을 극복ㆍ해결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경은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로, 설립 당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개교 이후 지역 사회와 화합하며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학교 측은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마을 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며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을 불식시켜 나갔다.
 개교 후에도 처음에는 ‘동네에서 보이지 않도록 높은 담을 쳐달라’고 요구했던 주민들도 차차 마음의 문을 열고 장애 아동들을 자신들의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주민과의 소통으로 갈등의 벽을 허물어 낸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소통의 힘’에서 해법을 찾는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는 “님비현상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부재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공청회 같은 형식적 절차 보다 주민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이어 “공정한 절차와 과정 등을 생략한 채 시설 입지를 결정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은 주민들이 왜곡된 이미지로 바라보고 반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면 주민들도 이를 지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며, 자연스럽게 님비현상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