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
이제까지의 평가방식은 주로 객관식이었다. 선택형 고르기였다. 더 폄하해 말한다면 단순 찍기였다. 아리송하거나 아예 모를 때 운이 작용할 때도 많았다. 시험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알지 못하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대충 알고 있어도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평가방식이 이제까지 미래인재를 육성함에 폐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커트라인으로 합ㆍ불합격을 결정하는 데 나름대로 편리한 바가 있었다. 누구도 일렬로 세워진 권위를 부정하지 못했다. 또한 선생님들은 채점하기에 편했다. 주관식 채점처럼 이의가 없었다. OMR카드로 채점이 기계화되고부터는 득점 사항은 물론 모든 통계 자료까지도 단번에 해결되는 편리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찍기 평가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측정할 수도 없고 키울 수도 없다. 선택형 평가는 문제를 아무리 잘 출제해도 단편지식의 암기유무를 측정하기에 편리한 방법이지 창의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다. 이는 미래 스마트사회를 리드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적절한 평가방법이 되지 못한다.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을 서술형으로 바꿔야 한다. 생각하는 내용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흰 답안지에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지정된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일정한 길이에 담을 수 있음은 예술세계를 창작하는 것과도 같다. 충남교육에서는 충남학력 뉴 프로젝트를 통해 서술형 평가를 발 빠르게 강조해 왔다. 평가문제에 일정 비율 이상 점수를 배정해 서술형 평가 문항을 출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쓰기 평가이기에 주어진 시간 내 풀 수 있도록 문항수를 줄이고 배점을 높이고 있다. 서술형 평가로 바뀌면서 현장선생님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전에는 카드리더기 통과로 채점과 통계가 해결되었다. 주관식은 직접 정확히 읽으면서 채점하려면 힘이 된다. 또한 채점 내용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다. 학생들의 이의 제기도 부담이 된다.
여러 어려움이 있어도 평가방법의 변화는 교육의 본질적 측면이다. 창의성 교육이라는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이 변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의 평가도 서술형이 바람직하다. 이는 객관식 위주 문제풀이 중심의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대학입학사정관제 전형도 변하는 평가방법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창의성 신장은 단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창의성 교육의 좋은 방법은 독서교육, 쓰기교육, 토론활동, 체험활동인데 이는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야 나타난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이 푸는 선택형 문제집에 들어 있지 않다. 독서ㆍ작문ㆍ토론ㆍ체험은 사교육으로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교원들을 위한 연수에 있어서도 서답형 평가는 필요하다. 대부분 지금까지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나 각종 자격연수에 있어서도 객관식 선택형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 교원을 위한 연수원에서 먼저 주관식 평가를 실시하고 학교로 파급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연수 평가를 받으면서 주관식을 새롭게 각인(刻印)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는 일이 순서다.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다. 미래 글로벌 인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른 사람됨과 창의적인 능력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다. 우리 사랑하는 학생들이 새로운 평가방법 속에서 풍부한 창의성을 지니고 미래를 이끌 동량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