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익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복지국장 |
시의 출범은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치를 내걸고 '신행정수도의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2004년 4월 17일)된지 8년 3개월 만의 일이다.
국토의 11%에 불과한 지역에 인구 46%가 밀집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는 주택난, 교통난, 환경오염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개발은 상대적으로 늦어져 국토를 균형 있게 이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이 모두 경쟁력을 잃어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토의 구조를 일극집중형(一極集中型)에서 다극분산형(多極分散型)으로 바꿔 나가는 한편,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신행정수도 건설이었고, 헌법개정 없이 수도의 이전은 불가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선택한 대안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건설이었다. 결국 세종시 건설은 세계화, 지방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한 국가 경쟁력 강화전략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여년의 긴 산고 끝에 태어난 세종시는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형 자족도시로서 쾌적한 친환경도시, 편리성과 안전성을 갖춘 인간중심도시면서 동시에 문화와 첨단기술이 조화되는 문화, 정보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은 세종시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러워한다. 시 소속 공무원들은 요즘 필자와 비슷한 부러움을 받는 호사를 누리며 이에 따른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다.
이러한 세종시의 강점과 그 구성원들의 긍정적 자세는 국토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세종시의 소임을 뒷받침할 든든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행정도시는 당초 계획대로 충실하게 건설되어야 한다. 행정도시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여야간에 어렵게 합의된 국가예산지출의 상한 8조5000억원은 차질 없이 투자되야 한다.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민간투자자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당초 계획대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 행정도시를 포함하는 세종시는 정부 수립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단층행정구조 광역자치단체다. 세종시를 통한 실험의 성공여부가 대한민국 미래 국가경쟁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세종시는 종전에 수행하던 기초자치단체의 기능 외에 광역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이 순증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선례를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예산을 들여 건설하는 행정도시를 인수 받아 당초 기획한 국가목적의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종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부담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고민은 중앙정부가 세종시와 함께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중앙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행,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행정도시 건설과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행정체계 정비에 못지않게 그 구성원들이 개방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연기군은 사라지고 세종시가 탄생됐다. 신라시대이래로 1000여년 역사를 이어 온 '연기'가 사라지고 이제 '세종'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려는 것이다. 로마가 지성에서 앞선 그리스, 체력이 월등한 켈트·게르만족, 선진 기술력을 가진 에르투리아인, 그리고 막강한 경제력의 카르타고 등 다른 민족을 차례로 정복하고 1200년 동안이나 대제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민족에게도 개방된 '로마의 시민권'과 제국의 영토를 방사선으로 연결하는 '도로체계', 즉 '남다른 개방성'이 로마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대한민국의 중심을 꿈꾸는 세종시가 귀 기울일 대목이다.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문화, 정보도시, 시민들과 행복한 세종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들의 '행복'한 일상들이 넘실거리는 2030년 세종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어느새 풍성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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