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
불안한 정세와 경제난과 아울러 흉흉한 사회 범죄에, 독도 문제로 인한 외교 경색에, 초강력 태풍에,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시국이다.
어수선한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들도 온통 범죄물 투성이다.
한국영화 최다 관객수 동원을 향해 가고 있는 '도둑들'에 이어 개봉하자마자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만화가 강풀의 웹툰 '이웃사람'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실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본 어느 젊은 청년 관객이 '잔인성이 떨어지는 영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다가 기업형 장기밀매를 다룬 영화까지 개봉했으니 무섭고 소름끼치고 섬뜩한 마음이 들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매일 신문지상을 도배하다시피하는 살인, 강도, 성폭행, 엽기 행각 범죄 행위에 무뎌질대로 무뎌진 탓일까. 잔인함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보니 무섭고 끔찍한 영화의 장면에도 무감각해지고 오히려 모방범죄 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심마저 든다.
묻지마 살인, 무차별 폭력,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성폭력, 왕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지고, 정서는 메말라가고 있다. 마치 구약성경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하는 말세같은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 매스컴에서, 영화에서 버젓이 우리를 짓누르며 숨막히게 하고 있다.
아침에 펼쳐보는 조간신문에선 우울한 소식들이 1면을 강타할 때가 많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심란할 때 차분히 가라앉혀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가 바로 '책읽기'라고 생각된다.
최근 '옛 선인들에게서 배우는 지혜로운 이야기-논어편'을 읽으면서 경쟁적이고 강퍅한 세상에서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위로받는다.
공자의 말씀 중 '군자는 너그럽고 평탄하며 소인은 겁내고 두려워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대선 주자들이 귀담아 들을 구절도 많다. 공자는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나라를 외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민심을 얻는 것을 정치의 요건으로 꼽았다. 또 임금은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데, 백성들의 신망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덕을 갖추고 반드시 어진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군자의 수양은 자기 자신으로만 끝나지 않고 타인도 인격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장점을 이끌어주고 단점을 지적하면서 함께 살아가지만 소인은 오직 자신만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남의 장점을 시기하고 단점을 들춰낸다고 말한다. 군자는 재물이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권세가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면 마음이 언제나 여유롭고 태연자약하며 결코 교만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항상 부귀를 얻기 위해 마음을 졸이고 근심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며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덕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군자는 옳은 일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남보다 앞서야 하고, 백성을 위해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말한 공자는 정치의 요점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라며, 아랫사람의 작은 잘못은 관대하게 용서하고, 빼어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미래를 내다보는 큰 안목을 갖고, 항상 백성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자는 자신에 대한 잘못은 엄하게 다스리고, 남의 잘못은 너그럽게 포용하면 사람들에게 원망을 사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감과 능력이 있을지라도 겸손하게 말하고, 실행하기로 한 것은 정성을 기울여 이룩하는 것이 참다운 군자의 모습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대선을 앞둔 대권주자나, 유권자나 모두 새겨들어야 할 주옥같은 말들이 쏙쏙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좋은 책이야말로 황폐해진 마음밭을 갈고 다듬는, 가장 효과적인 정신 수양의 필수 영양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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