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간 투자를 해왔지만 자본소득세가 39.9%에 달했던 1976~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꺼렸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거부함으로써 바로 자신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고 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앞의 이야기는 세계 3대 부호 중의 하나인 워런 버핏의 주장이다. 뒤의 이야기는 해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의 말씀.
두 번째 문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조세정책인 부자감세 규모는 지난 4년간 얼마일까? 정답은 약 100조원이었다. 2011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21조 3000억 원이었다. 감면된 세금이 누구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는지는 세목별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소득세가 9조 4000억 원, 법인세가 4조 7000억 원, 종합부동산세가 2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세 항목 모두는 주로 부유층이 납부하는 직접세인데 총 감세 규모의 77%에 달한다. 줄어든 세금은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는 부자들의 더 많은 소비와 투자를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에 의해 성장률이 저하되고, 상대적 고세율 구조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높은 조세부담률로 인해 양극화가 확대 됐다고까지 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감세의 투자 확대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쓰는 지표가 바로 한계투자성향이다. 투자의 증가분을 소득의 증가분으로 나누는 것으로 새로 늘어난 소득가운데 투자에 쓰인 돈의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0년대 0.94, 90년대 0.89로 나타났다. 기업 소득 1억 원이 늘었을 때 투자는 9400만원, 8900만원 늘어났다는 것이다. 매우 활발한 투자 성향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기업에 더 많은 감세혜택을 베풀어 줬던 2000년대에는 0.29로 급락했다. 기업 소득이 1억 원 늘어 날 때 투자는 겨우 2900만 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는 기업이 투자를 못할 만큼 매출과 이익의 부진을 겪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 5대 재벌의 연간 매출은 2배 이상 늘어서 50조 원을 넘는다. 결국 세금 깎아준다고 해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가 세금을 줄여서 기업에 특별보조금을 주어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은 세금을 깎아주질 말고 그 비용을 복지지출로 쓰는 것이 경제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된다. 1억 원을 기업에 주면 29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지만 저소득층에게 1억 원을 지원했다면 그 중 대부분은 소비에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를 두고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남유럽보다도 훨씬 높은 복지 비중을 자랑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건전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득이 1% 늘면 세금도 1% 늘어야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시장만능주의에 경도된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부자 감세에 나서면서 소득이 1% 늘어도 조세부담은 0.1% 줄어드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과도한 복지지출이 아니라 과도한 부자 감세가 국가 재정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면 국가 위기를 들먹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부자감세의 철회로부터 만들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아는가? 여기에다 소득이 있음에도 제대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뜯어 고치는 것을 통해서도 복지재정을 만들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조세감면 대상 감축으로 6조2000억 원, 사회간접자본 지출 통제로 10조 원, 총소득기준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변경으로 2조5000억 원,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2조원, 파생금융상품과 외환거래 과세로 2조7000억 원을 더하면 매년 44조7000억 원의 복지재정을 만들 수 있다.
복지와 경제의 이분법적 구도의 종식이 필요하다. 복지를 통해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 '복지는 세금 폭탄'이라는 악의적인 허위 선동의 약발이 끝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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