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선]복지는 세금폭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제선]복지는 세금폭탄?

[세설]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승인 2012-08-29 14:13
  • 신문게재 2012-08-30 21면
  •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문제를 하나 내보자.

“지난 60년간 투자를 해왔지만 자본소득세가 39.9%에 달했던 1976~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꺼렸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거부함으로써 바로 자신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고 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앞의 이야기는 세계 3대 부호 중의 하나인 워런 버핏의 주장이다. 뒤의 이야기는 해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의 말씀.

두 번째 문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조세정책인 부자감세 규모는 지난 4년간 얼마일까? 정답은 약 100조원이었다. 2011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21조 3000억 원이었다. 감면된 세금이 누구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는지는 세목별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소득세가 9조 4000억 원, 법인세가 4조 7000억 원, 종합부동산세가 2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세 항목 모두는 주로 부유층이 납부하는 직접세인데 총 감세 규모의 77%에 달한다. 줄어든 세금은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는 부자들의 더 많은 소비와 투자를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에 의해 성장률이 저하되고, 상대적 고세율 구조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높은 조세부담률로 인해 양극화가 확대 됐다고까지 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감세의 투자 확대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쓰는 지표가 바로 한계투자성향이다. 투자의 증가분을 소득의 증가분으로 나누는 것으로 새로 늘어난 소득가운데 투자에 쓰인 돈의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0년대 0.94, 90년대 0.89로 나타났다. 기업 소득 1억 원이 늘었을 때 투자는 9400만원, 8900만원 늘어났다는 것이다. 매우 활발한 투자 성향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기업에 더 많은 감세혜택을 베풀어 줬던 2000년대에는 0.29로 급락했다. 기업 소득이 1억 원 늘어 날 때 투자는 겨우 2900만 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는 기업이 투자를 못할 만큼 매출과 이익의 부진을 겪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 5대 재벌의 연간 매출은 2배 이상 늘어서 50조 원을 넘는다. 결국 세금 깎아준다고 해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가 세금을 줄여서 기업에 특별보조금을 주어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은 세금을 깎아주질 말고 그 비용을 복지지출로 쓰는 것이 경제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된다. 1억 원을 기업에 주면 29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지만 저소득층에게 1억 원을 지원했다면 그 중 대부분은 소비에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를 두고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남유럽보다도 훨씬 높은 복지 비중을 자랑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건전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득이 1% 늘면 세금도 1% 늘어야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시장만능주의에 경도된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부자 감세에 나서면서 소득이 1% 늘어도 조세부담은 0.1% 줄어드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과도한 복지지출이 아니라 과도한 부자 감세가 국가 재정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면 국가 위기를 들먹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부자감세의 철회로부터 만들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아는가? 여기에다 소득이 있음에도 제대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뜯어 고치는 것을 통해서도 복지재정을 만들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조세감면 대상 감축으로 6조2000억 원, 사회간접자본 지출 통제로 10조 원, 총소득기준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변경으로 2조5000억 원,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2조원, 파생금융상품과 외환거래 과세로 2조7000억 원을 더하면 매년 44조7000억 원의 복지재정을 만들 수 있다.

복지와 경제의 이분법적 구도의 종식이 필요하다. 복지를 통해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 '복지는 세금 폭탄'이라는 악의적인 허위 선동의 약발이 끝나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