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균 산림청 차장 |
산림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지만, 전세계 열대림의 93%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거나 아예 방치돼 있다. 특히 아시아 산림면적의 40%인 2억300만㏊를 보유한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는 2억여 명이 산림에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만큼 산림의존도가 높다. 산림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열대림 파괴도 가장 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동남아시아 국가에 다양한 산림 원조를 해 왔다. 1987년 인도네시아와의 임업협력협정을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파괴된 산림을 복원하고 관리해 주면서 뛰어난 산림녹화기술까지 전수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우리나라에 황사피해를 주는 몽골의 사막화 방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몽골은 국토의 90%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8%에 이르던 산림이 무분별한 벌목으로 6.7%로 감소하는 등 사막화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07년부터 10년간에 걸친 '몽골 그린벨트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룬솜 및 달란자드가드 등 현지 사업현장에 산림청 공무원을 파견했고 1200㏊의 사막화 방지 조림, 양묘장 조성, 조림기술 전수 등을 통해 사막화 방지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산림협력회의를 열고 몽골 그린벨트사업, 사막화·황사 방지 등 양국의 협력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지난 10년간 몽골 현지에서 추진 중인 3000㏊ 조림사업 과정을 평가했고, 몽골 그린벨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합의했다. 또 동북아 지역 전체의 사막화·황사 방지를 위한 협력사업에도 적극 협력키로 했다.
우리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아세안 지역 산림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치산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는 우리나라가 날로 심각해지는 사막화와 산림훼손 방지, 빈곤퇴치 등을 위해 산림원조국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다음 달 공식출범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다.
AFoCO는 아시아 국가들이 산림녹화와 산림훼손지 복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한 아시아 최초의 산림분야 국제기구다. 여기에는 세계유일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우리가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과 저개발국에 되돌려주자는 녹색철학이 담겨 있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등 11개국으로 출발하는 AFoCO는 2015년까지 회원국을 20개로 늘려 연간 5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무국이 우리나라에 설치됨에 따라 사업비 외에 운영비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한다. 설립 제안국으로서 기구가 정착될 때까지 한국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부담이 클 수 있지만, 기구 출범에서 오는 긍정적 효과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우리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아시아 국가에 확산시키면서 우리의 국격도 높일 수 있다. 또 아세안 지역에서 산림현안에 대한 역할이 강화되면서 한국은 확고한 산림원조국이 될 수 있다. 향후 탄소배출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AFoCO를 매개로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AFoCO가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을 불러오는 아세안의 열대림 파괴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토지 황폐화와 산림훼손에 시달리는 아시아 국가들에 녹색희망을 불어넣는 롤모델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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