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자 편집팀 차장 |
아부를 무기로 인생역전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영화 '아부의 왕'은 사회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함께 코미디와 풍자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올해 목표량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당장 내팽개치고 싶지만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영업사원의 푸념이 아니다. 신입생 유치 홍보로 연구실 밖으로 내몰리는 지방대학 교수의 하소연이다. 듣기 좋은 말로 '입시 홍보' 라고 하지만 사실상 '영업' 수준이다.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교수들에게 담당학교, 담당구역을 정해주고 '매출 신장(신입생 증대)'을 독려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차원에서도 편법, 불법 학사운영을 버젓이 일삼고 있다. 동점자 만들어 정원보다 많이 뽑기, 직장인 신입생에 주말·야간 편법 단축수업하기 등은 애교수준이다. 아예 응시학과를 적지 않은 '백지원서'를 받아 교직원들이 합격이 가능한 학과를 대신 기재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최근 지역의 50대 인문학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평소 졸업생의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대학 측은 해당교수의 학과는 순수 인문·예술 전공이어서 취업률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부인한다.
'부실대학' 오명을 뒤집어 썼던 어느 대학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을 지난해보다 몇 퍼센트를 끌어올려 지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이야기에 마냥 박수만 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교수도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로 대학의 본질인 연구와 교육이 훼손되고 있다. 교수님들의 '영업 비법' 보다 '교육·연구 비법'에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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